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당시 한국인들이 강제징용으로 끌려와 일했던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 조선소와 신일본제철 야하타(八幡)제철소 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대법원이 이들 기업들의 강제징용 배상책임 판결을 내린 시점과 맞물려 양국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우려도 나온다.
6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3일 나가사키 조선소와 후쿠오카현 야하타 제철소 등 ‘규슈(九州)·야마구치(山口)의 근대화산업유산군’을 세계유산에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고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 晃一郞) 전 유네스코 사무국장 등 22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이들은 내년 가을까지 후보를 압축해 2015년 여름 세계유산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가와바타 다쓰오(川端達夫)총무상은 “모노즈쿠리(장인) 대국의 기초를 쌓은 선조들의 노력을 후세에 전하는 것이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세계유산으로 추천될 것이 유력한 산업시설은 나가사키시의 미쓰비시조선소와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 신일본제철 야하타제철소 등이다. 그러나 이들 조선소와 제철소는 일제 강점기 때 조선인 노무자들이 강제노역을 당했거나 원폭투하로 사망하는 등 한이 서린 장소이다. 국무총리 소속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 따르면 1944년 조선인 노무자 4700여명이 나가사키 조선소에 배치돼 강제노역을 당했고, 이들 중 1800여명이 1945년 8월9일 원폭 투하 때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일본 정부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런 과거사는 무시한 채 일본 근대화의 기초를 닦은 시설이라는 점만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2009년 5월1일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규슈·야마구치 근대화 산업 유산군’을 올릴 때에는 침략과 관련된 역사는 언급하지 않고 “일본은 비서구 국가로는 처음으로 산업 근대화에 성공했고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했다”며 “(산업유산군은) 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세계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더구나 한국 대법원이 지난 5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들의 배상책임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현장을 세계유산에 등록하려는 발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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