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미국 지원 업은 일본, 북핵 빌미로 공격적 군사작전 ‘길 트기’

서의동 2012. 7. 6. 11:54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일본이 군사적 역할 확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원자력기본법 개정을 통해 핵무장의 길을 터놓았고, 이번엔 총리 직속 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주문하고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의 재무장을 차단하기 위한 규제장치가 하나둘씩 허물어지더니 최후의 보루인 ‘전수방위’ 원칙마저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높이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민당 정권 시절인 2007년 5월에도 아베 신조(安倍晉三) 당시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고, 정부 전문가 위원회가 2008년 6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한정적으로 허용할 것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으나 자민당 정권의 몰락으로 잠시 주춤했다. 

 

이번 논의는 일본이 방위전략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일본은 2010년 마련한 신방위계획 대강을 통해 자위대의 ‘동적 방위력’ 강화를 명시했다. 동적 방위력은 자위대가 일본 국토방위라는 틀에서 벗어나 국내외를 넘나들며 기동성 있게 방위목적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작전범위에 한반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2010년 12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한반도 유사시에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하며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한반도로까지 확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최근 일본 방위성이 북한의 로켓발사를 빌미로 최신예 해양전투 시스템을 탑재한 이지스함을 한반도 서해의 공해상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일 양국은 지난 4월 말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훈련과 경계활동에서 양국군의 공조를 견고히 하는 ‘동적 방위’의 강화를 공동성명에 담았다. 또 일본은 미국이 인도·아세안·호주 등 아·태 각국과 벌이는 군사훈련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자위대의 ‘동적 방위력’ 구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조치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원칙인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9월 노다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약속이나 한 듯 안보분야에서 전후 일본 체제의 근간을 형성해온 각종 규범들을 하나둘씩, 그것도 빠른 속도로 깨뜨리고 있다. 특히 노다 정부는 보수 야당인 자민당과 별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보수적이어서 안보분야에서는 ‘대연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무기수출 3원칙’을 44년 만에 완화해 외국과의 무기 공동개발과 수출의 길을 텄고, 이후 영국과 방위장비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또 일본 국회는 지난 6월 원자력기본법 기본방침을 34년 만에 개정하면서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핵무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같은 날 개정된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설치법에서는 우주활동을 ‘평화적 목적에 한정한다’는 조항을 삭제해 우주개발의 군사적 이용의 길을 텄다. 게다가 노다 총리는 지난달 신임 방위상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주장해온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다쿠쇼쿠대 대학원 교수를 기용했다. 정부위원회가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주문한 보고서를 낸 것은 이런 일련의 흐름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안보분야에서 조성되고 있는 ‘익찬체제’(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치권의 대연정)는 일본의 정국변화와 맞물려 더 강한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은 지난 4월 ‘헌법개정’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자위권의 보유’를 헌법에 명기할 것을 제안했다. 또 일본 핵무장을 주장하는 극우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이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강경보수의 ‘선풍’이 일고 있다. 오는 9월쯤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거에서 보수세력이 승리를 거둘 경우 헌법개정 또는 ‘전수방위’를 규정한 헌법의 해석변화를 통해 재무장을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