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시위에 참여한 스님들이 행진하고 있다./by 서의동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참가했습니다.”(60대 여성참가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40대 남성참가자)
후쿠시마(福島), 사가(佐賀), 미에(三重)현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이 지역과 소속 단체의 깃발을 들고 ‘반원전’의 뜻을 모으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집회장인 도쿄 요요기(代代木) 공원으로 몰려들었다. 요요기 공원 지하철역은 플랫폼에서부터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역 출구에서 공원으로 향하는 인도 300m 구간도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였다.
요요기공원의 메인 집회장. 여름 한낮의 뙤약볕을 피하려고 많은 이들이 양산을 쓰고 있다./by 서의동
‘바다의 날’ 휴일인 16일 도쿄 도심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반원전’ 집회가 열렸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와 작곡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등이 주최한 ‘원전과 작별하기 위한 10만명’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3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원전 재가동 반대’를 부르짖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가자를 17만여명으로 추산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1960년대 미·일안보조약 개정에 반대하는 ‘안보투쟁’을 방불케 하는 규모다.
오에 겐자부로는 집회 인삿말에서 “750만명의 탈원전 서명 명단을 총리실에 전달하러 갔는 데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이 ‘총리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달라’고 하더니 바로 다음날 ‘원전 재가동’을 선언했다”며 “국민의 염원을 무시하는 정부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그깟 전력을 위해 아름다운 이 땅과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게 할 수 없다”며 원전 재가동 반대를 호소했다.
집회장 주변에는 원전재가동을 강행한 집권 민주당의 수뇌부들을 비판하는 패러디 포스터도 등장했다. '국민의 생활보다 이권이 제일' '비국민주당'이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by 서의동
집회에는 ‘재가동 반대’라고 쓴 손팻말과 부채, 양산을 든 이들, 각종 모양의 가면을 쓴 이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얼굴에 붉은 색 가위표가 그려진 부채를 든 이들이 눈에 띄었다. 사흘연휴를 이용해 후쿠시마에서 온 한 가족은 ‘우리들은 바깥에서 뛰어놀고 싶어요’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노다 물러나라’는 글귀도 눈에 띄었다. 모두가 원전재가동을 강행한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였다. 집회참가자들이 오후 1시30분부터 신주쿠(新宿), 시부야(澁谷), 하라주쿠(原宿) 등 3개 코스로 나눠 가두행진에 나서자 행렬의 길이가 각각 수㎞에 달했다.
가와사키(川崎)에서 초등학교 4년생 딸과 함께 집회장을 찾은 우에다(40)는 “평소 원전가동에 반대해왔는데 아빠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딸에게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60대 여성참가자는 “이렇게 많은 이들이 탈원전을 바라는 데도 정부는 생명보다 이권을 챙긴다”며 정부에 분개했다. 이날 교토(京都), 후쿠오카(福岡)등지에서도 탈원전 집회가 열렸다. 오는 29일에는 ‘수도권반원전연합’ 주최로 일본 국회의사당을 포위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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