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내년부터 미국 국방부에 자위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아시아·태평양을 중시하는 미국의 신방위전략에 맞춰 미·일 군사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지만, 정식군대도 아닌 자위대의 간부를 국방부에 상주토록 한 것은 미국이 일본의 군사적 ‘복권(復權)’을 강력히 지원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이르면 2013년부터 미 국방부에 자위관을 상주시키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일본은 미국 플로리다의 중앙군 사령부와 하와이의 태평양군 사령부에 자위관을 배치하고 있으나 국방부에 자위관을 파견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우선 항공자위대의 영관급 장교를 공군참모본부에 연락관으로 상주시킨 뒤 단계적으로 배치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간부 자위관이 상주하게 될 경우 매일 회의에 참석할 수 있어 각종 작전 등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양국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 국방부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군 간부가 파견돼 있다.
일본 자위관의 미 국방부 파견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아시아·태평양 중시전략의 하나로, 유사시 양국의 공동대처 능력을 높이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군비를 증강하고 있는 중국과 핵개발을 서두르는 북한을 견제하면서 유사시 초동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은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미사일이 일본에 도달하는 데 5~1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발사 징후를 파악하고 초동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군과 자위대가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면 초동대응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중국과 북한 견제에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번 조치에 일본 자위대에게 각종 지위를 부여해 일본을 조속히 정식 군사파트너로 승격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국방예산 삭감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가 아·태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실현하기 위해 동맹국인 일본 자위대의 역할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미군이 22개국이 참가해 지난달부터 하와이에서 실시중인 환태평양훈련(림팩)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장을 부사령관으로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기동군 사령관인 제럴드 비어먼 미 제3함대 제독은 기동군 부사령관에 해상자위대 기타가와 후미유키(北川文之) 소장을 임명했다. 비어먼 사령관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기타가와 소장의 역할이 자신을 보좌하는 데 국한하며 타국의 병력은 지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식군대도 아닌 자위대 간부를 연합훈련의 핵심보직에 기용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미국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자위대의 역할 확대에 합의한 것에 집약돼 있다. 당시 합의된 ‘동적방위(動的防衛)’의 강화라는 표현은 바꿔 말하면 일본의 재무장을 뜻한다. 일본 정부가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문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미국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이런 대일 지원이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시켜 아·태지역의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제기되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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