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단지 ‘쓰나미’ 때문인가?
지난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성물질 유출사고와 관련해 일본의 민·관·정치권으로 구성된 4개 조사위원회가 1년여에 걸쳐 벌인 조사가 지난 23일로 마무리됐지만 진상은 여전히 의문에 싸여있다. 사고조사위마다 각기 다른 결론을 내놓으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 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448쪽의 조사보고서에서 사고원인을 쓰나미에 따른 전원상실로 결론짓고 지진의 영향을 부인했다. 조사위는 “거대 쓰나미에 대한 도쿄전력의 긴박감과 상상력이 부족했고, 복합재해를 상정한 정부의 위기관리 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며 애매한 결론을 냈다. 이는 지난 5일 국회 조사위가 지진으로 원자로 주요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쓰나미뿐만 아니라 지진에도 대비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과는 다른 결론이다.
사고원인이 쓰나미 때문인지, 지진의 영향도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쓰나미가 원인일 경우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라는 점에서 도쿄전력과 원전감독 당국의 책임이 가벼워진다. 반면 지진이 사고원인에 포함될 경우 사전대비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데다 일본 내 50개 원전에 대한 내진보강 작업 등 후속조치가 불가피해진다. 정부 사고조사위원회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정부 사고조사위 결론에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고 당시 냉각수 탱크가 지진으로 배관이 뒤틀려 쓸 수 없게 되면서 바닷물을 냉각수로 쓸 수밖에 없었던 점, 2호기에서 배기구의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 등을 볼 때 지진의 영향을 배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이토 마사노리(內藤正則) 에너지총합공학연구소 부장은 “지진에 따른 손상이 정말 없었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도쿄신문을 통해 지적했다.
정부 사고조사위원회는 1년여간 772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지만 수소폭발의 직접원인은 무엇인지, 멜트다운(노심용융)된 핵연료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등 핵심적인 진상은 규명하지 못했다. 고방사능 때문에 사고 원자로에 접근할 수 없었던 탓도 있지만 도쿄전력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한편 1∼3호기 원자로의 압력용기와 격납용기의 손상부분으로 냉각수가 유출되면서 원자로 건물지하와 터빈건물지하에 방사능 오염수가 10만t가량 고여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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