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정부 이지메 전담조직 만들기로

서의동 2012. 7. 23. 14:34

지난해 10월 투신자살한 일본 시가(滋賀)현 오쓰(大津)시 시립중학교 중학생이 급우들로부터 ‘자살연습’을 강요받았고, 교육당국이 이를 은폐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일본 정부가 이지메(집단따돌림) 근절을 위한 전담조직을 만들기로 했다. 일본 정부가 2006년 대대적인 이지메 대책을 내놨으나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일본 언론들도 관련 보도와 특집기사를 쏟아내는 등 일본 사회가 5년여 만에 ‘이지메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문부과학상은 지난 22일 NHK에 출연해 “문부과학성 안에 지원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이지메 전담 조직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학교 폭력 등을 다루는 ‘학생 지도실’에서 이지메 문제를 맡아왔으나 개별 사안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히라노 장관은 오쓰시 시립중학교 학생의 이지메 자살사건을 거론하며 “그저 보고를 받고 ‘그 다음은 현장에서 알아서 하세요’ 식의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아니라 실제 작업·지원팀을 만들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문부과학성은 이달 중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이지메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매일 1면에 사회각계 인사들이 ‘이지메당하는 자네에게’라는 릴레이칼럼을 게재하는 등 이지메 추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3일자에는 “늘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분위기를 파악하고 주변사람들과 융화하라는 가르침 때문에 (일본에는) ‘유대과잉증’에 빠져있다”는 사회학자 도이 다카요시(土井隆義)의 칼럼을 실었다. 

 

이지메 문제는 2006년 11월 아베 신조(安部晋三) 당시 총리가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대대적인 대책을 내놨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자살한 중학생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학교당국이 손을 놓고 있거나 숨기는 사례가 많은 것이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오쓰시 시립중학교는 중학생의 자살 이후 전교생 설문조사를 통해 가해학생들이 ‘자살연습’을 시켰다는 증언을 확보하고도 “자살과 이지메간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발뺌했다. 경찰도 숨진 학생의 아버지가 3차례 수사를 요청했지만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데다 이지메 피해자를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아’로 간주하는 일본사회 특유의 문화 때문에 정부가 5년여 만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