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경제의 비밀

서의동 2012. 7. 27. 14:44

일본의 상반기(1~6월) 무역수지는 2조9158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일본 무역수지는 3·11 동일본대지진 영향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후 3기(반기 기준)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화는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94엔대에서 오르내리고 있고, 지난 3월 달러당 83.79엔까지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도 78엔대로 급등했다.

 

수입액이 수출액을 초과하는 무역적자일 경우 통화가치는 하락하게 마련이다. ‘수입을 위해 엔화를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엔화로 바꾸는 수요’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는 줄곧 강세다. 이 모순되는 경제지표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환율이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의 강세는 일본 경제가 그만큼 호조임을 보여준다. 재정위기가 재부각된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상대적인 안정세’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우선 경제 전반적으로 회복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재무성 통계를 보면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다 3분기(7~9월) 때 전기대비 1.9% 반등했으며 올들어 1분기(1~3월)에도 전기대비 1.0% 상승했다. 부흥예산 집행과 민간소비 개선, 태국홍수 피해수습 등에 따른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 일본경제 성장률은 2%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경제의 수출의존도는 14.1%(2010년 기준)에 불과한 만큼 무역수지가 일본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은 주지 않는다. 

 

동일본대지진의 직접 피해지역인 도호쿠(東北)지방에서는 ‘부흥버블’ 현상마저 일고 있다. 지난 3월 공공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3.1% 상승했고, 도호쿠 지역의 건설관련 유효인구배율은 1을 넘어서 인력부족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엔고로 수출기업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수입물가가 낮아져 소비여력이 늘어나며 관련지표도 상승세다.  

 

일본 경제의 비밀을 읽어내는 또하나의 키워드는 ‘소득수지’다. 일본은 2011년 무역수지가 2조5000억엔의 적자로 31년 만에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경상수지는 9조6000억엔의 흑자를 냈다. 해외투자로 벌어들인 이자 및 배당 등 소득수지가 무역적자를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득수지는 지난 3월 1조8000억엔 흑자를 기록하는 등 올들어서도 매달 1조엔 이상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투자는 올들어 더욱 왕성해지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제조업체 해외법인의 1분기 설비투자가 104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일본 기업의 1분기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는 230억달러로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다. 엔고를 활용해 해외의 알짜기업들을 싸게 사들이면 장기적으로는 소득수지 증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처럼 ‘무역입국’에서 ‘투자입국’으로 전환하는 일본 경제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에 소득수지를 합한 국민총소득(GNI)이 적합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 경제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2010년의 GNI는 GDP보다 12조7251억엔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일본경제의 실력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GDP보다 GNI를 더 주목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