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23일 독도갈등을 두고 한국과 일본이 양국 외교사상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유감을 표시하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친서를 ‘받을 수 없으니 돌려주겠다’는 한국 측과 ‘반송은 안된다’는 일본 쪽이 물리력까지 동원한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이날 양국 간의 공방은 외교의 영역을 한참 벗어났다.
한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케시마에 상륙해 유감’이라는 친서의 내용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송하기로 하고 이날 아침부터 일본 외무성과 접촉을 시도했다. 주일 한국대사관이 일본 외무성 북동아과에 친서반송을 위해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면담약속 잡기를 거부했다.
이 무렵 일본 정부는 친서 반송 거부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은 오전 총리관저에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친서 반송은 “외교 관례상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후지무라 장관은 “총리의 생각을 전하는 친서인 만큼 한국 정부가 확실하게 수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무성이 면담에 응하지 않자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기홍 참사관은 공식통역사 1명을 대동한 채 도쿄 요쓰야(四ッ谷)에 있는 대사관을 떠나 오후 3시40분쯤 가쓰미가세키(霞が關)에 있는 외무성 청사에 도착했다. 노다 총리 서한을 담은 검은색 서류가방을 든 김 참사관은 정문에서 외교관 신분증을 제시하며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원들이 휴대전화로 어디론가 연락을 시도했다.
이 경비원은 잠시 뒤 “사전약속 없이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말한 뒤 서둘러 철문을 닫고 진입을 막았다. 김 참사관은 타고 온 차량에 돌아가 외무성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허사였다. 오후 4시30분쯤 다시 정문통과를 시도했으나 경비원들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1시간 동안 문전박대를 당한 김 참사관은 오후 4시40분쯤 대사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친서 반송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 조금 전인 오후 2시쯤 노다 총리는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국회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역공을 펼쳤다.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발언에 대해 사죄와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독도갈등이 벌어진 이후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노다 총리는 또 “해양국가인 일본으로서는 멀리 떨어진 섬을 포함해 영토·영해가 매우 중요하며 영토·영해와 관련해 발생하는 사안에는 불퇴전의 결의를 갖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한국 정부의 친서 반송 방침에 대해 “정상 간의 친서를 반송하겠다는 것은 대체 어찌된 일인가. 너무도 냉정을 잃은 행동”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다 총리가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청와대는 외교안보수석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후 4시15분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실에서 “말같지 않은 주장에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김 참사관은 등기우편을 통해 총리 친서를 반송했다. 우체국 업무가 끝나기 직전인 오후 6시였다. 김 참사관은 6시30분 오노 게이이치(小野啓一) 북동아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외교공한을 전달하기 위해 거듭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응하지 않고 우리 대사관 외교차량의 외무성 진입조차 봉쇄한데 대해 항의한다”면서 우편발송 사실을 알렸다. 김 참사관은 “이명박 대통령은 ‘시마네현 다케시마’를 방문한 사실이 없으며, 경북 울릉군 독도를 방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등기우편은 24일 일본 외무성에 배달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의 야마구치 쓰요시(山口壯) 부대신(차관)은 이미 총리 친서를 한국에 보낸 만큼 이를 반송받을 수는 없다며 외교관을 통한 직접 반송이든 우편 반송이든 수용하지 않을 뜻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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