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제1비서가 오른손을 번쩍 들며 ‘후지모토상 오랫만이요’라고 저를 부르자 ‘대장동지, 배신자 후지모토 지금 돌아왔습니다’라고 소리치면서 달려가 가슴에 안겼습니다. 김 제1비서는 ‘됐다, 됐어. 이제 괜찮아’라며 웃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초청으로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4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명)가 22일 일본 TBS TV가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11년 만에 재회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후지모토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 제1비서 등과의 재회장면이 담긴 사진 8매를 함께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후지모토는 눈주변이 벌겋게 된 채 울면서 품에 안겨 있고, 김 제1비서는 웃으면서 마치 동생처럼 그를 감싸안고 있었다.
그는 제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도 재회했다. “울면서 ‘장부장 동지 저를 때려주세요’라고 했고, 장 부위원장은 ‘이제 됐다, 됐다’고 웃으며 맞이해줬다”고 소개했다. 제1비서의 부인인 리설주는 후지모토에게 “지금 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고 전했다.
후지모토는 방북이 이뤄진 경위도 상세히 공개했다. 올 6월 동네 편의점에 신문을 사러 갔는데 낯선 사람이 불쑥 다가와 가족의 사진과 편지, 김 제1비서의 서한을 건넸다. “안전을 보장할 테니 안심하고 오라”는 내용이었으나 김 제1비서의 서명이 없어 믿지 못했다. 1개월 뒤 그 메신저가 김 제1비서가 “2001년의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재차 방북을 권유했다는 말을 전했다. 2001년 후지모토가 북한을 탈출할 당시 어린 김 제1비서가 “꼭 돌아오라”고 했고, 이에 “돌아가겠습니다”라며 포옹했던 일을 가리킨다. 후지모토는 “둘만이 아는 이야기를 들으니 김 제1비서가 직접 초청했다는 확신을 갖게 돼 방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후지모토를 위해 베풀어진 연회에는 김 제1비서 부부와 장성택 부위원장, 김 제1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포함해 17명이 참석했으나 김 제1비서의 형인 정철과 김정일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장 부위원장의 부인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후지모토는 김 제1비서에 대해 일본인 납치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일본인이 요코타 메구미 등의 빠른 귀국을 희망하고 있다. 일본 정부 안에도 전문부서가 있을 정도로 이 문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사전에 준비한 메시지를 건넸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한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그의 방북을 두고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후지모토는 “김 제1비서가 나를 보고 싶어서 부른 것일 뿐”이라며 “일본 정부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후지모토는 1989년부터 2001년까지 김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하며 김 제1비서의 놀이상대가 돼 친분을 쌓았으나 일본과의 무단접촉이 발각돼 1년6개월간 연금상태에 있다가 2001년 부인과 딸을 둔 채 북한을 탈출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후지모토와 전화통화를 해 사진을 요청했지만 한국언론과의 취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후지모토는 취재불응 이유로 “지금 일본과 한국관계가 나쁘기 때문”이라며 “신문, TV, 라디오 할 것없이 일체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늘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2년 8월23일 한일 전례없는 외교공방 (0) | 2012.08.24 |
---|---|
일본, 올림픽 개선행사에 50만명 몰린 까닭은? (0) | 2012.08.23 |
일본 언론 독도 '시마네현 다케시마'로 표기 (0) | 2012.08.23 |
일 우경화 주도하는 지방 우익 단체장 (0) | 2012.08.23 |
일본, 원전 안돌려도 전력 5% 남아돌아 (0) | 2012.08.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