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난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명)가 23일 일본 민영방송 TBS에 이틀째 출연해 “내달 다시 방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지모토는 이날 낮 방영된 정보프로그램 ‘히루오비’에 출연해 7월21일∼8월4일 방북했을 때 김 제1비서로부터 “앞으로 일본과 북한을 왔다갔다 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그는 김 제1비서가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 “일단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해. 후지모토가 언제 오더라도 우리는 환영할 거야”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재방북 계획을 묻자 “다음달에 방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후지모토는 김 제1비서가 자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과거 허물없이 지내던 비서실 간부를 중국 베이징으로 마중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지난 6월16일 일본 집근처 편의점에서 만난 메신저로부터 김 제1비서의 초청사실을 전달받았고, ‘국방위원회 인민보안부’가 발행한 신변안전 각서도 건네받았다.
각서에는 ‘선생의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방문과 관련하여 우리 공화국경내에서의 신변안전을 철저히 책임지고 보호한다는 것을 담보합니다’라는 문구와 인민보안부의 직인이 찍혀있었다. “그래도 혹시 제3의 기관이 (무단탈북에 대한 보복을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의심이 남았습니다.”
후지모토는 한달 뒤 메신저를 다시 만났을 때 북한에 있을 때 ‘형님’이라고 친하게 부르며 지내던 김창선 조선노동당 중앙위 서기실 부부장을 베이징으로 마중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북은 약속대로 베이징으로 김 부부장을 내보내 재회하도록 했고, 후지모토는 그때서야 방북을 결심했다.
북한은 후지모토의 숙박을 위해 베이징에서 하루 숙박비 8만엔(115만원)짜리 고급호텔 최고층을 예약했으며, 후지모토가 갈아입을 옷도 준비했다. 예전에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겨입던 카키색 인민복이었다.
평양으로 향하던 7월21일 베이징은 폭우로 비행기 출발이 6시간 늦어졌다. 평양에 도착한 다음날인 7월22일 아침 후지모토는 병원으로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병이 있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없다. 병원에 데려가는 걸 보니 오늘 만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제1비서와 11년만에 재회한 뒤 부인 리설주에게 인사를 하자 리설주는 “최고사령관이 언제나 후지모토씨 이야기를 했다”고 그를 반겼다. 당시 옆에서 “새 사모님”이라고 안내했다. 이날 열린 환영연회에는 김 제1비서 부부와 여동생 김여정, 김정일 위원장의 마지막 부인인 김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전 스위스 대사 등 17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동석한 모 인사가 “난 후지모토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는 해프닝이 있었으나, 김 제1비서가 “됐어. 그만해”라며 제지했다고 후지모토는 소개했다.
후지모토는 2001년 북한을 탈출하기 직전 김 제1비서와 헤어질 때 상황도 자세히 소개했다. 당시 18살이던 김정은이 “식자재를 사러 일본에 간다던 데 돌아오는 거지? 돌아와야 해”라며 두 번이나 확인했다. 후지모토는 “물론 돌아오지요”라며 답했고 서로 포옹한 뒤 헤어졌다. 김정은이 후지모토의 탈북을 어렴풋이 눈치챘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후지모토는 “일본과의 무단접촉 사실이 발각된 뒤 1년6개월간 아파트에서 가택연금된 사실을 알고 있어 북한이 싫어진 게 아닌가 생각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석한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탈북전과’가 있는 후지모토씨의 자유로운 방북을 허용한 것은 내달 17일 북일 평양 선언 10주년을 앞두고 김 제1비서가 개방적인 지도자임을 강조하고 일본과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이 후지모토를 북·일간 ‘파이프’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후지모토는 24일에도 같은 방송에 출연해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의 재회’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북한이 후지모토가 방북하기에 앞서 그의 신변을 조사한 흔적이 포착됐다고 23일 보도했다. 경찰이 중소기업 지원 융자금을 사취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일동포 운송회사 사장 Y씨(41)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컴퓨터에서 후지모토의 일본 내 언동을 북한에 보고한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Y씨가 2010년부터 후지모토씨의 신변을 조사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후지모토를 다시 북한에 초청하기 전에 한·일 정보기관과의 관계 등을 알아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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