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수우익지 산케이신문은 21일자 1면에 도쿄 긴자(銀座)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메달리스트 개선행진에 몰려든 인파의 사진을 큼지막하게 싣고 “50만명이 축복”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일본올림픽위원회가 지난 20일 오전 11시부터 약 20분간 도쿄의 번화가인 긴자 중앙로 1㎞ 구간에서 개최한 행사였다. 일본에서 메달리스트가 참석한 개선행사는 처음 있는 일이다.
주최 측은 당초 10만명가량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작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전례없는 성황을 이뤘다. 일본올림픽위원회는 지난 16일 갑자기 20일 긴자에서 퍼레이드를 하기로 결정하며 “일본이 사상 최다 메달인 38개(금 7·은 14·동 17)를 딴 것을 기념하고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를 신청한 도쿄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메달수로는 사상 최다가 맞지만 당초 목표인 금메달 15개에는 크게 못미쳤다.
그럼에도 행사가 개최된 것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유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나섰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스포츠를 통해 고양된 내셔널리즘의 열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해보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하지만 50만명이라는 인파가 몰린 것은 주최 측의 의도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장기불황과 리더십 부재의 기성정치로부터 축적된 불만을 해소하려는 심리가 적극 부응하면서 빚어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성공회대 권혁태 교수는 “일본의 현재 상황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욕구가 스포츠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인파가 몰린 것 같다”면서 “현재 일본사회는 내셔널리즘이 자라기 쉬운 토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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