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비교] (1)시선관리

가깝고, 알 만큼 아는 나라이긴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쌓여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어 간다. 일본에 체류한지 1년반을 넘기면서 보고 듣고, 체험한 '한국과 다른 일본'을 연재한다. 이 민감한 시기에 한일 비교를 연재하는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아울러 다른 의견이나 반론이 있으면 기탄없이 댓글을 달아주시길 바란다. 

1.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남을 쳐다보지 않는다. 

아침 출근때마다 타고 다니는 게이힌도호쿠선(京浜東北線）

1년반 이상 체류하면서 늘상 느끼는 것인데, 흘낏거리거나 멀뚱거리며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일이 거의 없다. 자연 시선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드물다. 전철안에서는 대부분 신문, 책, 휴대폰을 쳐다보거나 전철내 광고판(주간지나 월간지 등도 많다)을 읽는다. 

때론 전철안에 광고+뉴스 영상이 나오는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사무실 복도에서 사람들과 마주칠 때도 대부분 쳐다보지 않거나 눈을 내리깔고 다닌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뒤를 흘낏 보거나 하는 일도 좀처럼 없다.

왜 이런 문화가 형성됐는지 잘 모르겠지만, 옛날 사무라이들이 많던 에도시대에 서민들이 사무라이들을 함부로 쳐다보지 않았던 것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잘못하다 칼에 베일 수 있으니...

남을 쳐다보지 않는 것은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식의 자족적인 태도와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자기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니 기술을 갈고 닦아 명인이 되는 식 말이다.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모노즈쿠리'는 이런 문화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조상 대대로 이어온 라면집을 이어받기 위해 잘 나가는 대기업을 그만두는 사례는 아직도 그리 드물지 않아 보인다. 

책이야기가 나와서인데, 일본에서는 문고판이 많아,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다. 전철에서 가볍게 꺼내볼 수 있어 편리하다. 대개는 서점에서 종이로 책커버를 씌워주거나, 천으로 된 책커버를 사서 씌워서 보기도 한다. 책 커버를 안씌운 채 책을 보는 이들이 드문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