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람 등 뒤에다 대고 인사한다
일본드라마를 보면 잘 이해가 안가는 장면중 하나가 사람 등 뒤에서 고개를 숙인다는 점이다. '그렇게 뒤에서 인사를 한다고 알아줄까' '드라마 말고 실생활에서도 저런가'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실생활에선 별로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렵다.
어쨌건 확실한 것은 일본 사람들은 인사를 매우 잘한다는 것. 드라마를 보면 1편에 10번 정도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가끔은 낯선이들에게도 목례를 한다. 좁은 출입문을 열때는 맞은 편에서 문을 열려는 이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 늦게 올라탈 경우에도 이미 탄 채 대기중인 이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 관한 에티켓에 관해 글을 올린 적(http://soidong.khan.kr/489)이 있는데 나중에 내릴 때에도 열림버튼을 누르고 있는 이에게 반드시 인사를 하고 내린다. (나도 사무실이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하루에 몇번씩 목례를 하게 된다)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인사를 잘 하는 것도 과거 에도시대 사무라이들을 경원시하던 전통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괜히 꼬투리 잡히기 전에 인사를 해서 그 자리를 모면하려는 서민들의 지혜에서 시작된 것이 에티켓으로 정착된 것 아닌가 궁금하다.
좀더 확대해석하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으려는 일본의 국민성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하철에서 발을 밟은 사람은 물론 밟힌 사람조차 '미안하다'고 하는 사례에서 보듯 잘못은 저쪽인데 이쪽에서 인사를 하는 경우는 그런 점과 관련이 있는게 아닐지.
와(和)를 중시하고, 좀처럼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일본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문화가 거의 발달해 있지 않는 듯 하다. 이곳에서 20년이상 근무한 한국인 교수의 이야기는 몇몇 동료들과 "이런 점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해서 고쳐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도 막상 회의가 열리면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고 한다. 괜히 분란을 일으켜서 득될게 없다는 심리구조가 강하다. 그래서 그런지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문명사적 재해가 발생한지 1년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책임소재는 가려지지 않고 있다. (물론 지나친 견강부회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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