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도심에 있는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시민단체들이 오는 11일 열기로 한 반원전 집회에 대해 도쿄도가 ‘관리상 문제’를 이유로 공원 사용을 불허했다. 일본 민주주의 운동의 거점인 히비야 공원에서 집회가 불허되자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폭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6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의 총리관저 앞 반원전 시위를 주도해온 ‘수도권반원전연합’은 오는 11일 개최할 ‘11·11반원전 100만인 대점거’ 집회를 위해 지난달 26일 도쿄도에 히비야공원 사용신청을 냈다. 집회는 총리관저 앞과 정부청사 및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며, 히비야공원에서는 1만명 정도가 집회를 한 뒤 정부청사 쪽으로 진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쿄도는 “지난 7월 공원에서 열린 반원전 집회로 공원내 도서관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행사장 사용을 불허했다. 이 단체가 도쿄지방법원에 사용허가 신청을 도쿄도가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각하돼 즉시항고했으나 지난 5일 도쿄고등법원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과 7월까지만 해도 무리없이 집회허가를 내주던 도쿄도가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탈원전 시위가 경찰과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전개돼 왔는 데도 도쿄도가 ‘시위=폭력’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반원전운동 확산을 억누르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도쿄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히비야공원은 서울광장(1.32헥타르)의 12배(16.2헥타르)에 이르는 방대한 넓이에 일본 왕궁, 정부부처 거리인 가스미가세키(霞ケ關)와 이웃해 있고, 국회의사당과도 가깝다. 히비야공원은 20세기 초엽의 민권운동인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 1960년 미·일안보조약 개정반대 투쟁의 거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도쿄신문은 도쿄도의 조치가 “자치단체가 공원시설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시민들이 이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 지방자치법 규정, 집회·시위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취지에도 위배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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