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이끄는 자민당이 총선공약으로 내놓은 경제정책들은 ‘4대강 사업’과 ‘고환율 정책’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기조를 연상시킨다.
21일 발표된 자민당의 공약을 보면 자민당은 ‘국토 강인화’라는 명목으로 인프라 정비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방안을 내놨다. 향후 10년간 200조엔을 지진과 쓰나미, 태풍 등에 대비한 방재 인프라에 집중 투자하는 ‘일본판 뉴딜’도 자민당의 구상이다. 또 사업타당성을 두고 논란을 빚어온 군마(群馬)현 얀바댐도 완공하기로 했다. 민주당 정권이 2009년 총선에서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 구호아래 불필요한 공공사업을 줄여온 정책을 뒤집어 ‘토건국가의 부활’을 예고하는 것이다.
아베 총재는 특히 지난 17일엔 건설국채를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전량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선진국 최악 수준인 재정적자로 투자여력이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공공사업을 대규모로 벌이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위해 정부예산을 쏟아부었다면 아베 총재는 중앙은행의 ‘팔을 비틀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자민당이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무제한 금융완화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정책도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대기업들의 숨통을 열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집권한 이후 원화 환율을 대거 끌어올린 고환율 정책을 연상시킨다.
일본은 한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원화를 약세로 끌고가는 바람에 자국의 전자·자동차 업계가 수출경쟁력 약화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본이 그간 한국과 중국 등을‘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해온 전례가 있어 자민당이 집권해 무제한 금융완화를 실행에 옮길 경우 주변국으로부터 반발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자민당의 공약은 중소기업과 서민들보다 수출 대기업에 치우친 정책이어서 이행될 경우 일본 사회의 격차확대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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