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영업외이익이 80억엔 플러스가 됐습니다.”
지난 1일 일본 가전업체 샤프 관계자는 2012년 4분기(10~12월) 실적발표를 하면서 엔화약세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파나소닉도 엔저로 영업이익이 30억엔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파산위기에까지 몰렸던 일본 가전업계가 엔화약세와 구조조정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샤프와 파나소닉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실적이 동시에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구조조정이 아직 본궤도에 이르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한때 파산까지 거론되던 샤프와 파나소닉의 흑자전환은 엔저의 힘이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샤프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6억엔으로, 2011년 3분기(7~9월)이후 5분기 만에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292억엔의 영업손실로 2011년보다 실적이 더 악화되리라던 시장전망을 보기좋게 뒤집은 것이다. 샤프는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간 영업이익이 138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샤프는 흑자전환 배경에 대해 인건비 삭감 등 구조조정 효과가 있었고, 신형액정 패널판매도 호조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엔화약세와 원화강세로 한국기업들의 위협이 완화되고 있는 찬스”(일본 시장전문가)라는 평가에서 보듯 엔저의 효과가 지대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파나소닉도 같은 날 실적발표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346억엔으로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실적을 발표한 도시바 역시 순이익 292억엔으로 흑자전환했고, NEC도 순이익 35억엔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로 엔화약세가 지속되면서 샤프와 파나소닉 등 가전업계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올 3월로 마감되는 샤프와 파나소닉의 2012회계연도 실적은 각각 4500억엔, 7650억엔 순손실로 사상 최악 수준이다. 하지만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화약세가 기사회생의 발판이 돼 흐름을 바꾸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추세에 맞춰 파나소닉은 지난달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삼성, LG 제품보다 화질이 4배나 선명한 56인치 초고화질(4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내놓았다. 샤프는 한발 앞서 8K 제품까지 선보였다. 한때 TV사업 철수설까지 흘러나오던 일본 가전업계가 일본 정부의 엔저 지원사격하에 ‘TV왕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형국이다.
샤프와 파나소닉이 경영재건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오는 3월 발표할 중기경영계획을 지켜봐야 한다. 샤프의 경우 미국, 대만기업의 출자와 거래은행의 융자지속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쿠다 다카시(奧田隆司)샤프 사장은 “재건은 아직 1부 능선에 오른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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