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한국대사관앞에 모여든 우익단체들/by 서의동
박근혜 대통령 취임 사흘 앞둔 22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을 맞아 시마네(島根)현과 도쿄, 오사카 등 일본 각지에서 ‘독도는 일본땅’ 주장이 울려퍼졌다. 우익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시마네현 행사장에 차관급 인사를 보내 ‘다케시마의 날’을 사실상 정부 행사로 격상시켰으며, 정부 대변인이 “당연한 일”이라고 두둔하는 등 독도 야욕을 노골화했다. 우익단체들은 시마네현은 물론 도쿄 등 각지에서 반한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악화됐던 한·일관계가 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기간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시마네현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 일본 정부 당국자로는 최초로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해양정책·영토문제 담당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이 참석했다. 시마지리 정무관은 인사말에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주권에 관한 문제”라며 “정부는 물론 현지인을 포함한 국민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조구치 젠베에(溝口善兵衛) 시마네현 지사는 “한국은 다케시마 점거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어 정말 유감스럽다”고 했다.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청년국장 등 현직 국회의원도 당초 계획보다 3명 늘어난 21명이 참석해 다케시마 영유권을 강화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마네현 의회는 이날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조기 확립하고, ‘다케시마의 날’을 중앙정부 행사로 승격할 것 등을 요구하는 요망서를 시마지리 정무관에게 제출했다. 행사장인 마쓰에(松江)시 소재 현민회관에는 이밖에 우익단체 소속 인사, 현지주민 등 500여명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행사 개최에 항의하는 한국 시민단체와 일본 우익 간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 회장 등 7명은 이날 현청내 다케시마 자료실 근처에서 일본 정부 규탄대회를 개최하려다 일본 우익단체 회원 10여명과 몸싸움을 벌였다. 우익단체 회원들은 이날 아침부터 버스 10여대로 마쓰에시 전역에서 행사를 홍보했다.
도쿄 신주쿠(新宿)구 주일한국대사관 주변도 우익단체들의 시위로 얼룩졌다. ‘재일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회원 20여명은 대사관 맞은 편 인도를 점거한 채 “한국은 다케시마를 나가라”고 주장했다. 참가자 일부는 “한국은 다케시마를 훔쳐간 ‘도둑국가’”라며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고, ‘영토탈환을 위해 군사작전을’ 등 군국주의적 구호가 적힌 피켓도 등장했다. 대사관 앞에서는 한국 시민단체인 ‘애국국민운동대연합’ 오천도 대표(48) 등이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 국제사기행사를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으나 일본 우익단체와의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사카(大阪), 히로시마(廣島), 센다이(仙台)의 한국공관 주변에서도 우익단체들이 확성기를 동원해 시위를 벌이는 등 일본 각지에서 ‘독도영유권’ 주장이 울려퍼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무관 파견은 (일본) 정부의 대처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의미도 있다”며 정무관 파견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일본 국민 모두 다케시마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한국 측에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마모토 이치타(山本一太) 영토문제 담당상도 “다케시마는 100% 일본 영토로 이를 알리는 것은 정부가 당연히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에 따른 양국갈등을 계기로 한층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민단 시마네현 지부 구영인 사무국장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시마네현 주민 중 다케시마 자료실을 찾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지난해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테러를 했던 일본 극우단체 ‘유신정당 신풍’의 스즈키 노부유키 대표(48)가 21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입관난민법위반(불법입국)’ 혐의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고발장에서 박 당선인이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이던 2005년 10월 군 헬리콥터로 일본의 영토인 독도를 불법 상륙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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