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못지않게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일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준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내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규직’으로도 불리는 한국의 무기계약직과 엇비슷한 제도로, 일본 정부는 근로자의 지위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반면 노동계는 근로자 전반의 대우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8일 “후생노동성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에 위치하는 ‘준정규직’을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후생노동성 간부는 “정규직을 늘리려고 해봐야 (실제로는)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날 뿐”이라며 “중간적인 근로자층을 만들면 기업의 부담을 너무 무겁게 하지 않고 근로자의 지위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추진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가 매년 30만명씩 늘어나면서 지난해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근로자의 35.2%(1813만명)에 이르고 있다.
준정규직은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고용기한에 제한이 없는 무기고용이다. 일본 정부는 임금도 비정규직에 비해 3%이상 높여 정규직에 근접하도록 하고, 정규직과 달리 승진에는 제한을 받는 대신 노동시간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54억엔(633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준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한 기업을 지원키로 했다. 근로자 1명의 지위를 끌어올릴 때마다 중소기업에는 20만엔(234만원), 대기업(종업원 300명 이상)에는 15만엔(175만원)을 준다. 준정규직 근로자를 다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에도 동일한 액수의 지원금을 지급키로 했다.
일본에선 근로시간이 주당 30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기업이 건강보험이나 후생연금을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준정규직으로 바꾸더라도 주 30시간 미만으로 일을 시키면 보험이나 연금 부담은 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중간단계를 설치함으로써 비정규직의 지위향상을 용이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오히려 노동조건의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규직 근로자를 강등시키거나 본래 정규직을 채용해야 할 자리를 준정규직으로 채우는 폐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기업의 안이한 인건비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노사간의 충분한 협의가 불가결하다”고 지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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