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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개성공단에 입주했더라면?

개성공단 중단은 여러가지 면에서 긍정보다는 부정적 의미가 크지만, 역대정권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오던 ‘정경분리’ 원칙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어떠한 불상사가 벌어지더라도 경제협력의 실마리만은 남겨놓자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일군 ‘지혜’가 빛을 잃게 됐다. 만약 삼성이 개성공단에 입주했더라면 이렇게 쉽게 중단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정치·경제적으로 별 영향력없는 중소기업들이니 ‘버리는 말’ 취급을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 건가? 개성공단에서 보금자리를 틀었던 124개의 힘없는 입주업체들은 또한번 피눈물을 흘리게 됐다.

촌철경제 2016.02.11

‘정치 함수’ 간과한 경제부총리의 ‘사드 인식’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한·미간 사드 도입 논의가 한·중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경제 문제는 그 나름대로 돌아가는 방식이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과거 한·일 문제가 껄끄러울 때도 경제관계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이런 셈법이 한·중 관계에도 통할지 의문스럽다. 일본은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안팎에 그치는 반면 중국은 25%에 달한다. 게다가 중국은 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민간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 2000년 한국이 마늘 수입관세를 올리자 핸드폰 수입금지로 보복했던 나라가 중국이다.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제가 경제논리만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 정도다. 한국..

촌철경제 2016.02.10

‘새차환불법’ 과연 성공할까

정부가 새로 산 자동차의 주요부품이 4차례 이상 고장나면 차를 바꾸거나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몇차례 시도됐지만 업계 반발로 흐지부지 됐던 것을 정부가 직접 입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좋은 취지라는 건 알겠는데, 선거 기사로 넘쳐나는 요즘 신문 정치면을 보며 문득 찜찜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혹시 선거용 정책 아닐까’ ‘정부가 과연 법 제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하나의 법이 발의돼 통과되기 까지는 무수한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국회로 제출된 법안 중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들은 숱하게 많지만 국회 심의와 관련기업·단체의 로비를 뚫고 입법화에 성공한 것은 소수에 그친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의 기업편향적 태도를 보면 의지를 갖고 난관을 돌파할지 의문스럽다. 새차를 샀는데 ..

촌철경제 2016.01.29

1회용 스마트폰 시대 오나?

TV가 브라운관인 시절에는 숙련된 장인들의 손기술이 제품의 질을 좌우했다. 하지만 디지털시대로 접어들면서 TV는 범용기술로도 만들 수 있게 됐고, 제품의 승부는 가격이 갈랐다. ‘가전왕국’이라 불리며 세계를 석권하던 일본 가전업계가 몰락한 배경에는 ‘디지털화’가 자리잡고 있다. 꼭 같진 않지만 스마트폰도 비슷한 운명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의 실적발표 이후 애플의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대신 압도적인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무기로 승부하는 중국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을 9만9000원에 한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론 싸게 사서 쓰다가 버리는 1회용 스마트폰 시대가 올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촌철경제 2016.01.28

크라우드 펀딩, '기업생태계'에 새바람 일으킬까

돈은 경제의 피다. 은행의 본분은 이 피를 잘 돌게 하는데 있다. 당장 실적은 못내고 있지만 장래성이 있는 기업에 피를 공급해 키우는 것도 은행의 역할이다. 이를 신용대출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은행들은 영 젬병이다. 장래성있는 기업들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부족하기도 하겠거니와, 자칫 대출해줬다 떼일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은행들은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전당포’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금융위가 내놓은 것이 ‘크라우드 펀딩’이다.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될성부른 기업들을 골라 십시일반 투자하는 방식으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별 것 아닌 기술을 ‘분식’해 투자를 받은 뒤 ‘먹튀..

촌철경제 2016.01.26

<오빠생각>과 금융당국의 지대추구

경제용어에 ‘지대추구(rent seeking)’란 개념이 있다. 특정 주체가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별다른 노력없이 초과소득을 거두는 행위를 가리킨다. 지대추구 행위는 경쟁질서를 교란하며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방해한다. 불행히도 한국 사회에서 지대추구 행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물주들이 과도하게 임대료를 올리거나 면세점 특허를 얻기 위한 기업들의 과열경쟁 같은 것들이 지대추구 행위의 대표격이다. 권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취업을 청탁하거나 경쟁에 개입하는 것도 넓게 보면 지대추구 행위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영화 의 영화표를 금융회사들에게 사들이도록 강요했다는 논란은 사실여부를 떠나 퇴행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금융개혁’를 외쳐온 금융위이기에 더 실망스럽다.

촌철경제 2016.01.25

젠트리피케이션의 역습

장사가 잘되고 상권이 활성화되면 건물주가 “아들이 커피숍을 해야 하니 가게를 비워달라”거나 임대료를 턱없이 올려 상인들을 쫓아낸다. 그 자리를 비싼 임대료를 물 능력이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가 점령한다. 여기까지가 ‘한국형 젠트리피케이션’의 정형화된 공식이다. 이 나쁜 공식은 그나마 경기가 좋을 때 작동한다. 불황 땐 아예 상권자체가 죽어버린다. 홍대, 이태원, 삼청동 등에서 빈 점포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가 관심을 끈다. 그런가 하면 ‘음식한류’를 즐기러 왔다가 비싸고 형편없는 음식 때문에 한국을 다시는 찾지 않겠다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을 소개한 기사도 눈에 띈다. 일본에서 한류붐이 급속히 꺼진 것은 한일관계 악화가 컸지만, 턱없는 바가지 상혼(商魂)에 일본인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

촌철경제 2016.01.22

수입맥주와 폭스바겐, ‘닮은꼴 호황’ 뒤엔···

수입맥주는 ‘나홀로 호황’을 지속하고, 폭스바겐은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뉴스가 돋보인다. 이 두가지 현상의 공통점은?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깊은 불신이 빚어낸 풍경이다.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품질개선에 정성을 들이기 보다 내수 시장을 수출을 위한 ‘캐시카우(cash cow·안정적인 수익창출원)’ 쯤으로 여겨온 후과다. 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격은 언제쯤 진정될 것인가? 한국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촌철경제 2016.01.20

'쯔위사태' 유감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인 쯔위의 대만깃발 사건은 중국없이는 꾸려갈 수 없는 한국경제의 단면을 엿보게 한다. 연예산업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의 비위를 상하게 해서는 안되기에 16세 어린 소녀를 공개 사과시킨 연예기획사와, 중국기업 화웨이가 만든 스마트폰 광고에 쯔위를 등장시켰다가 부랴부랴 중단한 국내 판매 기업의 모습들이 씁쓸함을 안긴다. 현실이 어쩔 수 없다지만 좀더 현명한 대처방법은 없었을까? 1992년 한·중수교 과정에서 ‘헌신짝’처럼 버림받은 대만인들이 흘리던 분루(憤淚)가 떠오른다.

촌철경제 2016.01.18

일본의 물가(1)

겨울 휴가로 1월9일부터 16일까지 일본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물론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휴가지만 일본 물가를 살펴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7박8일 동안 구매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영수증을 모아 액수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파는 물건들의 가격과 정밀하게 비교해보는 작업은 하지 못했지만 대략의 경험으로 비교해본다. 1. 캔커피 대체로 한국에서 파는 렛쓰비와 비슷한 크기(용량 170g)로 편의점에서 구매할 경우 113엔이다. 자판기의 경우는 지역별, 메이커별로 가격이 100엔에서 120엔까지 차이가 난다. 사진은 아로맥스에서 나온 뚜껑달린 캔커피. 일본의 뚜껑달린 캔커피가 보통 한국에서 파는 것과 비슷한 대용량인데, 이 캔커피는 '렛스비형'과 마찬가지로 소용량이다. 가격은 130엔. 한국에서 뚜껑달린 캔커피는 2..

한국과 일본 201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