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 4

[서의동의 사람·사이-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긴버전)]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세요

※2월25일자 지면에 실린 인터뷰보다 좀 더 긴 기사입니다. 아이 키우기만큼 한국인을 괴롭히는 문제가 또 있을까. 첫돌 갓 지난 아이를 사교육 시장에 내보내는 부모 마음도 그리 기꺼울 것 같진 않지만, ‘내 아이는 사교육 안 시킨다’고 결심한 부모들도 편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지는 못한다. 먹고살기 바빠 사교육은커녕 아이 얼굴 제대로 보기 어려운 가정도 숱하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총력육아시대’지만 어른이 되기 싫은 아이도 그만큼 늘어나는 혼돈상태다. 잘 키워야 한다는 부모의 조바심이 지나치다보니 아이가 ‘감정의 하수구’가 되기도 한다. ‘육아멘토’로 통하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48)은 아이 키우기에 대해 ‘쾌도난마’의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꾸준한 관찰과 ..

사람들 2017.02.28

에쿠니 가오리 <벌거숭이들> 가족을 넘어서는 관계맺기의 쿨함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 집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들춰보다가 끝까지 읽어버렸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가족과 결혼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관계맺기가 품은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작품에는 다양한 연애관계가 등장한다. 우선 채팅으로 만나 동거까지 이르게 된 50대 후반의 커플이다. 여성은 57세의 '카즈에'로 남편을 사별했고, 딸이 결혼해 아이 넷을 둔 주부이다. 딸은 물론 손녀에게도 '할머니'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라고 하는 특이한 캐릭터이고, 집 2층은 여대생 2명에게 세를 주고 있다. 이 여성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두세살 연상의 남자(야마구치)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 남성은 아내와 20대의 딸이 있는 집을 나와 이 집에 와서 동거하게 된..

읽은거 본거 2017.02.27

[책]암흑의 대륙(마크 마조워)

식구의 권유로 보게 된 책 (마크 마조워). 세계사는 개설서만 대략 훑어본 적이 있고 유럽사는 개별사안을 다룬 책을 파편적으로 읽어본 터라 20세기 유럽의 통사는 사실상 처음이다. 너무도 방대한 내용의 이 책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다만 내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른 대목들은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1. 우선 전간기(1차 세계대전 직후와 2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은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극심한 염증과 혐오감이 팽배했다는 점이다. 1918년이후 유럽국가들에서는 평균 1년이상 지속된 내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평균 8개월, 이탈리아에서는 5개월, 1931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4개월도 버티지 못했다.(41p)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가운데 행정부는..

읽은거 본거 2017.02.12

[서의동의 사람·사이]개성공단 전 법무팀장 김광길 변호사[원문]

※2월4일 지면에 실린 인터뷰 기사보다 긴 버전입니다. 개성은 철원-포천, 동해안 도로와 함께 북한군의 3대 남침 루트였다. 한국전쟁 개전초기 인민군 6사단은 개성을 출발해 통진-김포를 거쳐 영등포로 진격했다. 전쟁 1년 전인 1949년 여름에도 남북이 송악산 488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연대급 규모의 군사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개성은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 2000년 이곳에 공단을 짓기로 남북이 합의한 뒤 인민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이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휴전선이 실질적으로 10~15㎞ 북상한 것이다. 남북협력의 긴장완화 효과를 이보다 더 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없다. 그 개성공단이 지난해 2월10일 박근혜 정부의 갑작스런 중단조치로 가동 12년만에 폐쇄됐다. 하루 뒤인 2..

사람들 201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