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5

[서의동의 사람·사이-김제동][전문]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우릴 웃게, 행복하게 해줄 수단이죠

방송인 김제동(43)을 만난 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지 열흘 뒤인 지난 20일이다. 김제동은 탄핵현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어 쉽고 분명한 언어로 국민이 권력자임을 일깨웠고, 자존감을 불어넣었다. 그에게 지난 겨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찾았다. 3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행해야 할 정책목록을 시민들이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국민과의 연정’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세월호가 1074일만에 맹골수도를 떠나기 시작한 24일, 다시 15분간 통화해서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지난 25일자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에 지면 제약으로 담지 못한 내용을 보충해 싣는다. ■3주기 추도식 제대로 해야 - 세월호가 1074일..

사람들 2017.03.27

[책]박점규의 <노동여지도>-'노동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보여준 책

한국에는 ‘르포르타주’가 빈약하다는 생각을 평소 해왔다. 2월에 소설가 장강명을 인터뷰하면서 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서 반가웠다. 장강명은 르포문학이 빈약한 이유로 현장취재가 쉽지 않다는 점과 현장에서 채집해서 스스로 텍스트를 만드는 훈련이 없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꼽았다. 현장취재가 쉽지 않은 이유로는 타인에게 질문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어려운 언어체계와 권위주의 문화를 들었다. 그는 그래서 "그나마 현장을 접하기 쉬운 기자들이 책을 많이 쓸 필요가 있다"면서 "신문사에 있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책을 쓰라'고 권한다"고 한다. 장강명 = “취재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나 보죠. 교육도 우리는 정전을 보고 빨리 소화해서 텍스트를 보고 답하는 식이지 않나. 미국학생들..

읽은거 본거 2017.03.17

[서의동의 사람·사이-'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전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46)를 만난 지난 6일 “콜 수를 못 채웠다”며 저수지에 몸을 던진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에 관한 사연이 보도됐다. ‘콜 수’로 불리는 고객 응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초과근무를 해야 했고, 주변에 고통을 하소연해왔다는 기사 아래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휴대전화 통신회사를 바꾸려고 전화했다가 상담원에게 30분간 붙들린 적이 있다. 바빠 끊겠다고 하니 울먹여서 안쓰러웠다. 기사를 보다 울컥했다. 이 여고생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평생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야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가 뭔지, 억울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배웠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촛불집회 초기인 지난해 11월4일부터 광화문광장을 지켜온 박점규를 만나니..

사람들 2017.03.16

[책]무코다 이발소-즐겁게 쇠락하는 일본의 시골공동체

출판사에 다니는 처제가 준 오쿠다 히데오의 (북로드). 한두장 넘기다가 다 봐버렸다. 홋카이도의 쇠락한 옛 탄광촌에서 벌어진 몇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이야기거리로 만드는 작가의 관록이 돋보인다. 한때 탄광촌으로 번성했던 홋카이도의 시골마을 도마자와. 주인공 50대 남성 무코다는 도시의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귀향한 뒤 가업인 이발소를 물려받아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도시로 떠났던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해서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별로 변화가 없는 쇠락한 시골마을에 크고작은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대응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중국인 신부과 40대 매력적인 술집 여주인이 등장하고, 영화촬영과 이곳 출신 청년이 사기사건을 일으켜 이곳으로 숨어드는 장면까지.책을 읽다보면..

읽은거 본거 2017.03.08

<전쟁의 세계사>전쟁이라는 거푸집을 통해 들여다본 인류사

윌리엄 맥닐의 (이산). 고대와 중세 시대의 전쟁방식, 무기의 발달과정 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일단 책을 잡았지만 단순한 전쟁방식이나 무기에 관한 저서가 아니었다. 무기와 전쟁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여왔나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무기와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책이 고찰하는 범위는 제철업, 해운업, 선박금융 등 사실상 산업전반에 걸쳐있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전쟁의 상업화'와 '전쟁의 산업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전쟁의 상업·산업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서기 1000년으로 잡되 최근 1~2세기 동안 걷잡을 수 없이 속도가 붙었다고 본다. 먼저 중국. 저자는 중국이 제철및 해운에서 유럽의 기술적 성과를 먼저 달성했지만 이 성취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시장'대신 '명령..

읽은거 본거 2017.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