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대한 유럽인들의 공포는 기원후 5세기 아틸라가 이끈 훈족의 침략에서 비롯됐지만, 유럽이 세계패권을 틀어쥔 근대 이후에는 서양 주도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띠어갔다. 19세기 말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주창한 ‘황화론(黃禍論)’은 급부상하는 일본을 견제하고, 유럽의 중국 침략을 뒷받침하는 국제정치적 담론이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의 충격을 딛고 전후 고도성장을 일군 일본이 욱일승천의 기세로 미국 기업을 사들이던 1980년대 황화론은 다시 등장하며 플라자 합의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1985년 주요 5개국 장관들이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엔화가치를 올리고 달러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합의하면서, 일본 경제는 거품처럼 부풀다 꺼져버렸고, 황화론도 다시 잠잠해졌다. 황화론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