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 3

<카탈로니아 찬가>, 오웰이 몸으로 쓴 '배반당한 혁명'

조지 오웰은 , 로도 유명하지만, 그가 남긴 논픽션으로도 세계문학사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20세기 전반 영국 북부 탄광노동자들의 극한 노동을 취재한 , 직접 참전해 겪은 스페인 내전을 다룬 (정영목 옮김, 민음사)가 대표적이다. ‘발로 뛰며 쓴다’는 표현은 기자들의 공들인 기사를 표현하는 관용어지만, 오웰의 논픽션이야말로 온몸으로 쓴 르포기사이다. 오웰은 1936년 겨울부터 1937년까지 통일노동자당의 의용군으로 참전해 프랑코의 파시스트 군대와 맞서 싸웠다. 20세기 전반 혁명의 이상에 달뜬 젊은이들이 유럽 전역에서 스페인으로 몰려 들었고 오웰도 그중 하나였다. 스페인 내전은 사정이 다소 복잡했는데 프랑코에 맞서는 인민전선의 정부군에는 통일사회당, 통일노동자당, 전국노동자연맹 등 공산주의, 사회주의..

읽은거 본거 2021.08.14

그들은 왜 3년 후에 돌아오겠다고 했을까.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바다를 건넌 일본인 아내들은 3년 후에는 북한과 일본이 서로 왕래할 수 있게 되리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일본인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어요"라고 어느 일본인 여성은 말한다. 북한으로 가는 걸 반대하는 부모님에게 "3년 후에 돌아올게"하며 이해를 시켰다는 여성도 있다. (42쪽) 일본인 사진작가 하야시 노리코의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이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이뤄진 재일동포의 북송사업에서 재일동포 배우자(주로 남편)를 따라간 일본인 배우자는 1830명 가량이다. 그런데 북으로 갈 당시에 영영 되돌아가지 못하리라고 여긴 이는 없었다. '길어야 3년 정도 지나면 북한과 일본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리라. 북한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고 나서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지' ..

읽은거 본거 2021.08.13

<페스트>, 감염병 시대를 건너기 위한 윤리적 선택

알베르 카뮈의 . 집에 굴러다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사실은 딸이 독서 모임 때문에 먼저 읽은 뒤에 재밌다며 추천해 용기를 냈다. 카뮈라고 하면 을 만화로 읽었을 뿐이고, 프랑스 문학이라고 하면 어딘지 지루하고 사변적이라는 인상 탓에 책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는 생각 외로 재미있었다. 서사가 빠르고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소설은 분명 아니고, 등장인물과 이 ‘연대기의 서술자’가 늘어놓는 사변이 꽤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소의 인내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페스트 창궐이라는 소설의 설정과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지금 상황의 유사성 때문에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도시 곳곳에서 쥐들이 죽어나가는 장면 묘사로부터 소설이 시작되는 장면은 코로나의 창궐 과정을 익히 알고 있는 우리들이 ..

읽은거 본거 202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