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거 본거 68

[책]무코다 이발소-즐겁게 쇠락하는 일본의 시골공동체

출판사에 다니는 처제가 준 오쿠다 히데오의 (북로드). 한두장 넘기다가 다 봐버렸다. 홋카이도의 쇠락한 옛 탄광촌에서 벌어진 몇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이야기거리로 만드는 작가의 관록이 돋보인다. 한때 탄광촌으로 번성했던 홋카이도의 시골마을 도마자와. 주인공 50대 남성 무코다는 도시의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귀향한 뒤 가업인 이발소를 물려받아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도시로 떠났던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해서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별로 변화가 없는 쇠락한 시골마을에 크고작은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대응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중국인 신부과 40대 매력적인 술집 여주인이 등장하고, 영화촬영과 이곳 출신 청년이 사기사건을 일으켜 이곳으로 숨어드는 장면까지.책을 읽다보면..

읽은거 본거 2017.03.08

<전쟁의 세계사>전쟁이라는 거푸집을 통해 들여다본 인류사

윌리엄 맥닐의 (이산). 고대와 중세 시대의 전쟁방식, 무기의 발달과정 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일단 책을 잡았지만 단순한 전쟁방식이나 무기에 관한 저서가 아니었다. 무기와 전쟁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여왔나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무기와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책이 고찰하는 범위는 제철업, 해운업, 선박금융 등 사실상 산업전반에 걸쳐있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전쟁의 상업화'와 '전쟁의 산업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전쟁의 상업·산업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서기 1000년으로 잡되 최근 1~2세기 동안 걷잡을 수 없이 속도가 붙었다고 본다. 먼저 중국. 저자는 중국이 제철및 해운에서 유럽의 기술적 성과를 먼저 달성했지만 이 성취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시장'대신 '명령..

읽은거 본거 2017.03.01

에쿠니 가오리 <벌거숭이들> 가족을 넘어서는 관계맺기의 쿨함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 집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들춰보다가 끝까지 읽어버렸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가족과 결혼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관계맺기가 품은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작품에는 다양한 연애관계가 등장한다. 우선 채팅으로 만나 동거까지 이르게 된 50대 후반의 커플이다. 여성은 57세의 '카즈에'로 남편을 사별했고, 딸이 결혼해 아이 넷을 둔 주부이다. 딸은 물론 손녀에게도 '할머니'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라고 하는 특이한 캐릭터이고, 집 2층은 여대생 2명에게 세를 주고 있다. 이 여성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두세살 연상의 남자(야마구치)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 남성은 아내와 20대의 딸이 있는 집을 나와 이 집에 와서 동거하게 된..

읽은거 본거 2017.02.27

[책]암흑의 대륙(마크 마조워)

식구의 권유로 보게 된 책 (마크 마조워). 세계사는 개설서만 대략 훑어본 적이 있고 유럽사는 개별사안을 다룬 책을 파편적으로 읽어본 터라 20세기 유럽의 통사는 사실상 처음이다. 너무도 방대한 내용의 이 책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다만 내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른 대목들은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1. 우선 전간기(1차 세계대전 직후와 2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은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극심한 염증과 혐오감이 팽배했다는 점이다. 1918년이후 유럽국가들에서는 평균 1년이상 지속된 내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평균 8개월, 이탈리아에서는 5개월, 1931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4개월도 버티지 못했다.(41p)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가운데 행정부는..

읽은거 본거 2017.02.12

[책]<조선은 왜 무너졌는가>-2

(1회에 이어 계속 주요내용 정리) 양반의 특권과 책무 조선에서 양반이 갖는 특권이다. 1. 경제적으로는 지주로서 양인과 천인 계층으로 구성된 농민을 지배하며, 정치적으로는 관료로 중인계급을 지휘해 양반관료 국가를 운영했다. 양반은 지주로서 양인과 천인계층 작인을 두어 경작하게 하고 생산량의 절반을 챙기는 병작반수를 행했으며 국가에 약간의 전세만 납부하면 되는 특권을 갖고 있었다. 2. 원칙적으로는 군역을 부담하게 돼 있었으나 17세기 이후에는 면제받았다. 3. 과거 응시와 교육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4. 관계와 관직에서도 신분간의 명확한 구별이 있어 양반과 그 이외의 신분은 신분에 따라 한품을 다르게 하고 직종도 다르게 했다. 5. 죄를 범하더라도 가능하면 속전을 받거나 가노가 대신 처벌받게 했다..

읽은거 본거 2017.01.29

[책]<조선은 왜 무너졌는가>-1

노동부 차관을 지낸 관료출신의 저자(정병석)가 신제도학파적 관점에서 조선이 몰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망한 책이다. 본격적인 역사학자가 아닌 만큼 학술적인 가치가 어느정도인지는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사료들을 제시하며 저자의 주장을 논증한다. 아래는 1장 '조선은 왜 가난했을까' 챕터를 요약한 것인데 이후의 논지가 개략적으로 압축돼 있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작은 정부, 작은 재정 위주로 나라를 설계해 전국을 망라하는 도로, 교량, 운하, 관개시설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노력하지 않았고 그럴만한 재정의 여력도 없었다. 농민들은 생산성이 높은 이앙법을 선호했지만 정부는 저수지와 관개시설이 부족하다며 이앙법을 금지하는 정책을 폈다. 농업의 생산력이 부진했기 때문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조선 군대는..

읽은거 본거 2017.01.28

[책]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 <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로 나온 독일사. 책 제목에 '분열과 통일'이라는 수식어가 말해주 듯 독일의 역사는 복잡다단하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중앙집권적인 절대권력을 수립했던 프랑스와 달리 독일은 신성로마제국이라는 큰 울타리내에 소규모 마을들이 곳곳에 점재했던 형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제국은 큰 울타리를 제공해 외부의 침입을 막아줄 뿐 중앙집권화의 여력은 없었던 셈이어서 각지의 제후들이 자기 영역에서 분권적인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비교적 느슨한 제국질서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 복잡다단한 역사를 솜씨있게 요약해낸 저자(메리 플부룩)의 역량이 돋보인다. 독일사를 살펴보기로 한건 요즘 클래식을 들여다보다 호기심이 생겨서다. 바흐, 헨델, 모차르트, 하..

읽은거 본거 2017.01.22

신카이 마코토 감독 <너의 이름은>-"첫사랑처럼 아련한 석양의 빛"

휴가 마지막날 일본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애니메이션 을 보고 왔다. 마지막에 살짝 눈시울이....(주책이다) 작품의 배경은 도쿄와 기후현 히다(飛騨)지역의 이토모리(糸守町)라는 시골마을(히다와 나가노 스와호수를 섞은 가공의 마을인 듯)이다. 히다는 3년전인 2014년 겨울 친구,후배와 셋이서 여행을 다녀왔는데 3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이 줄지어 있는 고산지대에 온천으로도 유명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다. 신카이 감독은 "고교시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 석양이 너무도 아름다워 그만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 아름다운 석양에 대한 기억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 일본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감독의 말처럼 작품에서 벌겋게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의 황홀한 광경이 자주 등장한다..

읽은거 본거 2017.01.15

[서평]개혁적 진보의 메아리(경제학자 김기원 유고집)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의 유고집이다. 블로그 등을 통해 틈틈이 쓴 글을 지인들과 후학들이 책으로 냈다. 실제 책을 읽어보면 단순 블로그글이라고 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김교수의 혜안과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그는 우리 사회의 진보진영에 나타나는 타성적 사고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거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노동귀족’의 문제를 방치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하려는 그의 치열함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책 내용에서 참고할 만한 대목을 그대로 옮겨놓는다. (산별노조 왜 안되나)한국에서도 산업별 노조를 만들려고 오랫동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헛수고입니다. 이미 거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가 굳어진 상황에서 임금수준을 비슷하게 만드는 산업별노조를 거대기업 노동자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지요..

읽은거 본거 2016.12.26

[책]조선에서 보낸 하루

저자인 김향금 선배가 쓴 책. 본다본다 하면서 책장에 꽂아놨다가 오늘 다 봄. 18세기말 한양을 1일투어 하듯 둘러본 역사 기행서다. 가볍고 경쾌한 필체속에 당시 정치체제는 물론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전반의 풍경을 담았다. '내가 조선시대를 이렇게 몰랐던가'라는 자괴감이 드는 책. 듣도보도 못한 옛 어휘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여기 등장한 어휘만 익혀도 역사소설 읽을때 요긴할 것 같다. 동궐 = 창덕궁과 창경궁을 함께 이르는 말 파루 = 새벽 4시에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33번의 종소리 문루 = 성문위에 지은 다락집 궐내 각사 = 궁궐안에 지은 관청구종 = 관에 속한 노비로 벼슬아치들의 출근을 돕기 위해 아침마다 파견됨초헌 = 외바퀴 수레로 주로 판서급이 타고 다닌다벽제 = 지위가 높은 사람이 지..

읽은거 본거 2016.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