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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우리는 김원봉을 얼마나 알고 있나

2019.06.12 오스트리아는 나치의 독일제국에 합병된 상태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패전국이 돼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4개 연합국의 분할통치를 받게 됐다. 38선 남북을 미·소가 분할 점령했던 한반도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연합국의 군사정부와 오스트리아 임시정부가 공존했다는 점이 달랐다. 패전 직전 노(老)정객 카를 레너가 친나치 계열을 뺀 모든 정파를 아우른 임시정부를 세운 것이다. 소련을 제외한 3개 연합국은 사회주의 정치가 레너가 주도하는 임시정부를 경계했으나 얼마 안 가 승인했고, 임시정부는 오스트리아 전역에 관할권을 행사하게 됐다. 그해 11월 총선에서 50%를 득표해 제1당이 된 보수계 국민당은 단독정부 수립 대신 사회당, 공산당과 ‘대연정’을 구성했다. 분단 위기를 딛고 통일..

칼럼 2019.08.09

[경향의 눈]북·일 정상 못 만날 까닭 없다

2019.05.15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던 2002년 9월17일 동북아는 난기류에 휩싸여 있었다. 그해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이자 “선제공격으로 정권을 교체시켜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다. 부시 행정부의 등장 이후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도 탄력을 잃었다. 그해 4월 평양에 특사로 간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면서 소강상태이던 남북관계가 풀렸지만,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을 궁지에 몰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이런 시점에서 미국의 맹방인 일본 총리의 방북은 ‘일탈’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런 사정 탓인지 고이즈미 총리는 최대한 건조하게 회담에 임했다. 당일치기로 방문한..

칼럼 2019.08.09

[여적]야마모토 다로의 정치실험

2019.07.24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은 아베 신조 총리가 아니라 배우 출신 정치인 야마모토 다로(45)일 것이다. 그가 결성한 정치단체 ‘레이와 신센구미’는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2석을 획득했고, 득표율 2%를 넘기면서 정당요건을 충족했다. 비례 1번에 루게릭병 환자인 후나고 야스히코, 비례대표 2번으로 중증장애인 기무라 에이코를 당선시켰다. 비례 3번으로 입후보한 야마모토는 무려 99만표의 전국 최다 득표를 하고도 낙선했지만 ‘레이와 신센구미’가 정식 정당이 된 만큼 당대표 자격으로 정치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선거기간 중 ‘레이와’는 태풍의 눈이었다. 편의점 점주, 싱글맘, 도쿄대 교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비례대표로 나서 빈곤·차별·탈원전·안보·경제 등 분야에..

여적 2019.08.09

[여적]일본 참의원 선거(2019.7.16)

일본 국회는 상원인 참의원(參議院)과 하원인 중의원(衆議院)으로 구성된다. 참의원은 근대화 초기인 메이지 시대 왕족, 화족 등으로 구성된 귀족원이 뿌리다. 일본 정부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귀족원을 ‘특의원(特議院)’으로 바꾸고 보통선거가 아닌 방식으로 선출하려고 했으나 미군정청의 반대로 보통선거로 선출되는 참의원으로 결정됐다. 참의원은 의원 임기가 6년이고, 3년마다 절반(121명)씩 교체되는 데다 중의원과 달리 내각총리가 해산할 수 없다. 또 중의원이 가결한 법안이나 조약 등을 참의원이 다시 심의하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에 깊이 있는 검토가 이뤄진다.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이 중의원에서 재가결되려면 출석의원의 3분의 2 찬성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이런 참의원의 권능과 특징은 정책의 ..

여적 2019.08.09

[여적]미국 대통령의 DMZ 방문(2019.6.24)

한국전쟁은 미국이 이기지 못한 ‘불명예스러운 전쟁’이자 ‘잊혀진 전쟁’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5년 뒤 극동의 조그만 반도에서 벌어진 국지전인 데다, 베트남전처럼 전쟁을 성찰할 계기를 제공하지도 못했다. 전쟁 1년 만에 전선이 고착된 뒤에는 소모전을 되풀이하다 멈춰 드라마틱한 요소도 부족했다. 보통의 미국인들이 야전병원을 무대로 한 시트콤 를 통해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역사저술가 시어도어 리드 페렌바크는 (1963)에서 미국은 당시 며칠 혹은 몇달 안에 끝날 분쟁 정도로 여기고 참전했다가 수렁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준비 안된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으로 미국과 한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동맹이 됐고, 한때 미국의 극동 방어선에서 제외됐던 한국은 자유진영의 최전선이 됐..

여적 2019.08.09

[여적]대북소식통(2019.6.4)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단서를 제공한 소식통은 ‘딥 스로트’로 불렸다. 우드워드 기자가 빨간 깃발이 있는 꽃화분을 자신의 아파트 발코니 뒤편으로 옮겨 ‘만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면 딥 스로트는 그의 아파트로 배달되는 신문에 시계를 그려 넣어 응답했다. 30여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소식통은 미 연방수사국(FBI) 간부인 윌리엄 마크 펠트(1913~2008)였다. ‘소식통’들은 한국에서는 북한 관련 보도에 자주 등장한다. 대북소식통에는 국가정보원, 외교안보 부처 고위인사, 북한이탈주민, 대북사업가, 주한 외교관, 북한현지 주민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북한체제 특성상 다른 분야보다도 더 취재원 보호가 필요한 만큼 불가피하게 ‘대북소식통’으로 얼버무려야 할 ..

여적 2019.08.09

[여적]미국과 중국의 ‘콩 전쟁’(2019.5.30)

중국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돼지고기 요리가 1500종이 넘을 정도다. 송나라 문인 소동파가 만들었다는 둥포러우(東坡肉)는 양념한 돼지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술, 파, 간장 등을 넣고 졸여낸 요리다. 중국식 삼겹살 조림인 훙사오러우(紅燒肉)는 마오쩌둥이 즐기던 요리로 유명하다. 한국의 족발요리와 흡사한 바이윈주서우(白雲猪手)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다. 돼지사육에는 콩(대두)이 필수다. 콩에서 기름을 짠 뒤 남은 콩깻묵이 사료가 된다. 콩은 두부, 콩국, 간장 등의 재료일 뿐 아니라 튀기고 볶는 요리가 많은 중국 요리에 기름으로도 요긴하다. 식생활에 필수적인 만큼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물가 급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걸 보면 콩은 ‘정치적 작물’..

여적 2019.08.09

[여적]밀크셰이킹(2019.5.28)

1991년 6월3일 한국외국어대 캠퍼스에 총학생회의 교내방송이 울렸다. “학우 여러분, 전교조 선생님들을 학살한 정원식이 지금 학교에 있습니다.” 국무총리 서리에 지명된 정원식 문교부(현 교육부) 장관은 이날 외대 대학원에서 예정된 마지막 강의를 하던 중이었다. 그는 강의를 서둘러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흥분한 학생들이 에워싼 채 계란과 밀가루를 퍼부으며 폭행했다. 얼굴과 전신이 밀가루 범벅이 된 정 총리의 흉한 몰골이 다음날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렸다. 그해 4월 명지대생 강경대가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고, 성균관대생 김귀정이 시위현장에서 압사당했다. 공안정국에 저항하던 대학생들이 잇따라 희생되면서 정권 타도를 외치는 시위가 잇따랐다. 그런 와중에 장관 시절 전교조를 불법화한 정원식을..

여적 2019.08.09

[여적]원자로 제어봉(2019.5.22)

1999년 6월18일 일본 이시카와현에 있는 시가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연료봉 사이에 삽입돼 있던 제어봉 5개가 아래로 빠지면서 방사선과 열이 급격히 방출되는 임계사고가 발생했다. 관할 호쿠리쿠(北陸)전력은 이를 내내 감춰오다 8년 만인 2007년 3월15일에야 공개했다. 이후 며칠 간격으로 각지 원전의 과거 사고가 차례로 공개됐다. 도쿄전력은 1978년 11월2일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제어봉 5개가 빠져 7시간 반이나 임계상태가 지속된 사실을 무려 29년 만에 털어놓기도 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대규모 방사성물질이 유출된 그곳이다. 원자로의 제어봉은 핵분열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안전장치로, 자동차의 브레이크에 해당한다. 핵연료 속 중성자를 흡수해 핵반응의 폭주를 막는다. 이처럼 중요한..

여적 2019.08.09

[여적]바둑과 한·일관계(2019.5.20)

일본이 바둑의 최강국이던 1960~1970년대엔 한국의 바둑 인재들이 일본으로 줄줄이 유학을 떠났다. 1962년 세계 최연소(9세) 프로기사가 된 조훈현 9단(66·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열살이던 1963년 일본에 갔다. 당시 한·일 간 기력 차가 상당해 한국에서 프로 입단을 했는데도 일본에서는 연구생 4급으로 시작해야 했다. 조훈현은 원로인 세고에 겐사쿠 9단의 내제자가 됐다. 이국 생활의 어려움을 견뎌가며 바둑 공부에 정진해 일본 바둑계의 촉망받는 신예기사로 성장했다. 9년 만에 귀국한 조 9단은 얼마 안 가 국내 기전을 휩쓸며 정상에 올랐다. 동갑내기 국내파 서봉수 9단과 라이벌전을 펼치며 바둑팬들을 열광시켰고, 또 다른 ‘바둑계의 별’ 이창호 9단을 길러냈다. 한국 바둑은 어느덧 실력에서 일본을 ..

여적 2019.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