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진보초의 삼성당 서점은 하루키 신작 발매일을 맞춰 가게 이름을 '무라카미 하루키당'으로 바꿨다.
“문을 연지 4시간 만에 320권이 팔렸습니다. 다른 신작에 비하면 10배쯤 팔린 셈이죠.”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4)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가 발매를 시작한 12일 오전 11시30분쯤. 도쿄의 고서점가 진보초(神保町)의 산세이도(三省堂) 서점 마쓰시다 쓰네오(松下恒夫) 기획영업과장은 판매상황을 묻자 “‘신드롬’이란 말이 딱 맞을 정도로 아침부터 독자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 서점은 신작 발매일에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도(堂)’로 아예 간판을 바꿔 달았고, 평소보다 3시간 이른 오전 7시에 개점해 ‘하루키스트’(하루키의 팬)들을 맞이했다. 구내에는 신작 200권을 쌓아올린 1.5m 높이의 탑이 등장하는가 하면 하루키의 전작을 모은 특설코너도 개설됐다. 신작의 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대학생 ‘하루키스트’ 모로 아쓰카(茂呂明日香·20·여)는 “하루키 소설은 다른 작가에선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세계관과 문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세심한 성격이 매력”이라며 “읽기도 전에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하루키의 신작발매를 맞아 일본 전역이 ‘하루키 붐’으로 달아올랐다. 출판불황에 시달려온 서점들은 ‘하루키 특수’를 맞아 특설코너를 개설하거나 인파가 많은 역 부근에 출장점포를 내며 판촉에 열을 올렸다. 출간에 맞춰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고 싶다>는 입문용 무크지까지 등장해 하루키붐에 가세했다. 발매(12일 0시) 시작 반나절도 안돼 인터넷에는 독파한 이들의 서평들이 올라왔고, ‘트위터’도 하루키 책에 관한 이야기로 달아올랐다.
‘대학 2학년의 7월부터 이듬해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색채가 없는…>은 철도회사 직원인 주인공 다자키가 고교 시절 친구 4명으로부터 대학 2학년 때 절교를 당하는 상처를 입은 주인공이 고통에서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370쪽으로 된 신작 제목에 등장하는 ‘순례의 해’는 헝가리 태생의 낭만파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작품집 이름에서 따왔다. 책 표지에는 20세기 미국 추상화가 모리스 루이스의 작품이 사용됐다.
출판사인 분게이순쥬(文藝春秋)사는 신작의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 마케팅으로 팬들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해 사전예약 분량만 50만권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고, 770만부를 기록한 무라카미의 전작 <1Q84>의 판매고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마쓰시다 과장은 ‘하루키 신드롬’에 대해 “출판사 측의 ‘신비주의’ 마케팅이 먹혀든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하루키의 위상이 독보적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는 발매 반나절도 안돼 열혈 팬들의 감상평이 올라왔다. “인간 내면의 상실감과 고독감을 극복하려는 저력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 “역시 하루키다”라는 찬사들이 올라왔다. 전작들과 달리 알기 쉽게 쓰여진 대중적인 작품이어서 의외였다는 평도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석간에서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인들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 메시지성이 강하다”는 독자들의 감상평을 소개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무라카미의 신작을 읽으려는 독자들로 도쿄 시내 일부 서점은 11일 밤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도쿄 시부야구의 ‘다이칸야마 쓰타야’ 서점은 판매 개시 시점인 12일 0시를 기해 100명 이상의 열혈 독자들과 함께 카운트다운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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