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TPP 사전협의서 일본, '미국에 퍼줬다' 논란

서의동 2013. 4. 15. 11:05

일본 아베 정권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교섭참가를 위해 미국과 벌인 사전협의 결과에 대해 “실익은 없고 퍼주기만 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본의 이 협정 참가를 놓고 양국이 쟁점사안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한 결과 미국의 자동차 시장에 대한 관세는 상당기간 유지키로 한 반면 일본 농산물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조치는 언급되지 않는 등 균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는 대규모 금융완화로 지지율 70%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정권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일이 지난 12일 발표한 사전협의 합의문 등을 보면 양국은 일본은 보호하길 원하는 농산물 분야에서 일본 측을 ‘배려’키로 하는 한편 미국의 희망대로 승용차와 트럭 관세는 즉각 폐지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일본 보험시장에서의 정부 지분 100%인 간포생명보험이 새 상품 출시를 보류하기로 했다. 


이는 논리상으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보장’ 차원임을 강조했지만, 일본 보험시장에서 미국 업체들의 영업을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일본의 암보험 시장의 70%, 의료보험 시장의 30%를 미국 보험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오는 7월 교섭참가를 위해 협의를 서두르다 보니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결과가 된 셈이다. 

 

아베 총리는 12일 협의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국익은 확실히 지켜졌다”고 강조했으나 뭐가 지켜졌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주류였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자동차 회장은 “관세철폐 시기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농산물을 지키는 ‘주고받기’식 협상결과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도 동떨어지자 일본 언론들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아사히신문은 14일 분석기사에서 “경제실익이 보이지 않으니 (논리가 궁한) 정부가 안전보장 이익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합의를 서두르다 보니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