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우경·애국 소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TV에서는 자위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방영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문화도 우경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햐쿠다 나오키(百田尙樹)의 <해적이라 불린 사나이>는 에너지기업 이데미쓰(出光)흥산의 창업자 이데미쓰 사조(出光佐三)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1953년 서방의 석유메이저의 봉쇄를 뚫고 이란과 석유 직거래에 나선 ‘잇쇼마루(日章丸) 사건을 그렸다.
130만부가 넘게 팔린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 기업인들이 국가재건을 위해 어떻게 분투했는지를 그리면서 현대 일본인들이 잃어버린 긍지와 투지, 의리 등의 덕목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베 총리도 올해 초 언론 인터뷰에서 이 책을 읽었다고 밝힌 바 있다.
햐쿠타는 2006년에도 태평양전쟁 말기 ‘독코타이(特攻隊)’로 불리던 자살특공 비행대원의 손자가 할아버지의 자취를 추적하는 내용의 소설 <영원의 제로>로 인기를 모았다.
일본의 추리작가협회가 주는 에도가와란포(江戶川亂步)상의 올해 최종 후보에 오른 5개 작품 가운데 2개 작품이 태평양전쟁 말기의 일본군을 소재로 한 미스테리 소설이었다. 스토리가 뛰어난 오락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야마모토슈고로(山本周五郞)상의 올해 후보작인 <햐쿠넨호(百年法)>도 평론가들 사이에서 ‘우경엔터테인먼트 문학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소설가 이시다 기라(石田衣良)는 18일자 아사히신문에 “최근들어 ‘당신들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대중소설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본 자위대를 소재로 한 <하늘을 나는 홍보실> <창공의 캐논> 등 가벼운 터치의 소설도 등장했다. 각각 항공자위대의 홍보실과 음악대를 소재로 한 이 소설들은 ‘애국심’을 표면적으로 강조하지는 않지만, 전쟁이나 군대에 대한 독자들의 저항감을 자연스럽게 누그러뜨린다. <하늘을 나는 홍보실>은 드라마로 제작돼 지난 4월부터 민영방송인 TBS에서 방영 중이며, 매회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 전후 <망국의 이지스> <종전의 로렐라이> 등 태평양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출간된 이후 ‘애국·우경 엔터테인먼트 문학’은 일본에서 문학장르의 하나로 정착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아베 정권의 등장으로 문학의 우경화 바람에 탄력이 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오랜 경기침체, 고용불안과 소득격차 확대 속에서 애국심을 강조하는 소설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셔널리즘을 긍정하는 작품들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라는 평론가의 전망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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