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 자민당 압승-일본 공산당 약진

서의동 2013. 6. 24. 14:07

23일 실시된 일본 도쿄도의회 선거 결과 일본공산당이 의석을 두 배로 늘리며 제3당으로 약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이후 전 집권당인 민주당이 지리멸렬하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한 반면 일본공산당은 ‘아베노믹스 반대’ ‘개헌반대’ ‘탈원전’ 등을 선명하게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3·11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공산당의 생활밀착형 ‘풀뿌리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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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명의 도(광역)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일본공산당은 의석을 선거 전 8석에서 17석으로 두 배 이상 늘리며 제3당으로 약진했다. 일본공산당은 이번 선거에서 의안제출권이 가능한 의석수(11석)을 목표로 잡았으나 이를 훨씬 웃도는 성적을 냈다. 선거 전 43석으로 제1당이던 민주당이 15석으로 참패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4일 일본 언론들의 분석을 보면 이번 선거에서 아베 정권 비판세력들이 민주당보다 공산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의 출구조사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의 52%가 공산당에 투표한 반면 민주당에는 21%만이 표를 줬다. 

‘무당파’층은 자민당(20%)에 이어 두번째로 공산당(19%)에 투표했다. 리버럴·진보진영의 대표격인 민주당이 지난해 정권 상실 이후 구심력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비판세력의 표가 공산당으로 쏠린 것이다. 지난해 ‘우익선풍’을 몰고온 일본유신회가 대표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의 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역풍을 맞은 것도 선거에 도움이 됐다. 

 

1922년 창립해 올해 91주년을 맞는 일본공산당은 1980년대 후반 사회주의 혁명노선을 버리고 생활정치를 표방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기업의 정치자금과 정당교부금을 거부한 채 당비와 기관지 ‘아카하타(赤旗)’ 구독료 만으로 자립하며 ‘클린정당’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3·11 동일본대지진 이후 피해주민 지원에 헌신하면서 도호쿠(東北) 3개 현에서 현의원(광역의원) 수를 두 배로 늘리는 등 대재난을 계기로 생활밀착형 정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도권의 고방사능 지역(핫스팟) 조사와 대책 마련에 앞장 선 것도 공산당이다. 

 

일본공산당 중앙위원회 우에키 도시오(植木俊雄) 홍보부장은 24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물가폭등,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한 아베노믹스에 맞서 서민생활을 개선하는 경제정책 도입을 주장해왔고, 일관되게 탈원전을 견지해온 것이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다”면서 “공산당이 중시해온 지역밀착형 ‘풀뿌리정치’도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유신회는 이번 선거에서 불과 2석을 얻으며 참패했음에도 하시모토·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공동대표 체제로 내달 참의원 선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하시모토는 위안부 발언파문으로 지지율이 추락하자 도의회 선거결과에 따라 대표직을 사퇴할 뜻을 밝혔으나 현실적으로 사퇴 이후 대안이 뚜렷하지 않자 현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