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역사인식, 정상회담 조건 되면 안돼” 아베 일본 총리, 한국 정부 겨냥 비판

서의동 2013. 7. 7. 23:22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일 역사인식을 정상회담의 전제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지난 5일에도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사망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초대 조선통감에 대해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라며 한국 정부가 안 의사 의거 현장 기념표지석 설치를 추진하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후지TV에 출연한 자리에서 “각 나라가 역사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뒤 “(역사인식 문제를) 외교카드화해서 정상회담을 하느냐 마느냐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특정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 발언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문제와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사실상 연계하고 있는 한국을 향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서 지난 5일에도 BS후지TV 프로그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방중 때 하얼빈역의 안 의사 거사 현장에 기념표지석을 설치하도록 협조해줄 것을 시진핑 주석에게 요청한 것과 관련해 “(이토 히로부미는)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라며 “그 점은 (한·일이) 상호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토는 일본의 1, 5, 7, 10대 총리이자 초대 조선통감(1906∼1909)을 지냈으며, 1909년 10월26일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해 만주를 방문했을 때 하얼빈역에서 안 의사에게 저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토는 메이지 헌법의 초안을 작성하는 등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이지만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과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이기도 하다. 특히 1905년 러·일전쟁 후 조선에 파견돼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초대 조선통감으로 한·일 강제병합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각인돼 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일 간 역사인식의 차이를 극명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