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보도내용에 불만을 품고, 민영방송 TBS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가 하룻만에 해제했다. 높은 지지율에 선거 압승까지 예상되자 기세등등해진 자민당이 언론까지 길들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민당은 TBS 보도 프로그램 ‘NEWS23’이 정기국회 폐회일인 지난달 26일 전력구조 개혁안을 담은 전기사업법이 여야공방 때문에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되는 과정을 소개한 보도를 문제삼아 지난 4일 취재거부 조치를 발표했다. 자민당은 법안 폐기의 책임이 야당에 있는 데도 보도내용은 여당에 있는 것으로 시청자들을 오도했다면서 보도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TBS에 항의문을 제출했으나 TBS는 “보도내용 전체로 보면 균형을 잃지 않았다”며 버티자 당 간부들에 대한 TBS의 취재를 거부하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4일 밤 후지TV에 출연해 “(TBS의 보도와 관련해) 자민당 본부에 항의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데 당으로서는 황당한 일”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한 뒤 “다음주부터 TBS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선거기간 중 벌어진 취재거부에 다급해진 TBS 측이 다음날인 5일 ‘지적받은 것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앞으로 더욱 공정하게 보도하겠다’는 보도국장 명의의 문서를 전달하자 아베 총리는 “(TBS가) 사죄했기 때문에 문제는 해결됐다”며 취재거부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죄표현을 쓰지 않았는 데도 아베 총리가 사죄한 것으로 간주하자 발끈한 TBS는 정치부장 명의로 “방송내용과 관련해 정정·사죄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오는 21일 실시되는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자민·공명의 연립여당이 과반수 의석(122석)을 확보할 것이 확실시되자 기세등등해진 자민당이 언론에까지 거칠게 대응한다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간사장은 “최대 정당이 거당적으로 취재거부에 나서는 것은 권력의 횡포”라고 비판했고,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地位和夫) 위원장은 “권위적이고 억압적”이라고 지적했다.
다시마 야스히코(田島泰彦) 조치(上智)대 교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보도에 납득하지 못할 경우 반론하면 될 것을 취재회로까지 빼앗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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