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미혼 출산’ 안도 미키 때리는 일 언론, 아빠찾기·부정적 여론몰이 열 올려

서의동 2013. 7. 9. 23:25

일본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안도 미키(安騰美姬·25)가 미혼 출산 사실을 공개하면서 일본 사회가 ‘모성권’에 대한 후진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안도가 아이 아빠를 공개하지 않자 일본 매스컴들은 1주일이 넘도록 ‘아빠찾기’ 보도를 내보내는 한편 출산에 대한 비판여론을 조장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시사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지난 4일 안도의 출산과 관련해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가 하루 만에 중단했다. 슈칸분슌은 ‘당신은 안도의 출산을 지지하는가’ ‘아이를 키우면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에 찬성하는가’ 등 2가지 설문을 마련한 뒤 “출산을 축복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동시에 결혼도 안 했고,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 육아와 운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며 부정적 답변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트위터 등에서 “미디어 폭력” “타인의 출산을 지지하느냐라니, 바보인가” 등 비판이 쇄도하자 다음날인 5일 신타니 마나부(新谷學) 편집장 명의로 “(설문조사가) 출산 자체를 부정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비판하는 인상을 줬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내고 조사를 철회했다. 

일본 신문들이 지난 2일 피겨스케이팅 선수 안도 미키의 출산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도쿄 | AFP연합뉴스


안도가 출산을 공개한 뒤 “아이 아빠에 대해 밝히고 싶지 않다”고 양해를 구하는 언론보도문을 내보냈는데도 스포츠신문, 주간지, TV방송들은 안도와 한때 교제설이 불거졌던 러시아인 코치 니콜라이 모로조프(38)와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난리 야스하루(南里康晴·28)를 중심으로 ‘아빠찾기’ 보도에 열을 올렸다. 두 사람이 부인하자 이번에는 50대 남성설(7일자 스포츠신문) 등의 추측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싱글맘이 아이를 키우기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 “운동선수가 임신을 하다니 자기관리가 안이하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민폐” 등 시민 반응을 소개하며 ‘안도 때리기’의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안도의 공식 페이스북에도 거친 비난글들이 올라오면서 운영진이 성차별적인 코멘트를 삭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소동을 두고 여성인권에 대한 일본 사회의 후진성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사무국장인 이토 가즈코(伊藤和子) 변호사는 최근 기고에서 “안도에 대한 일련의 괴롭힘은 여성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부정하고 모성을 차별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이런 차별이 횡행하는 나라에서 출생률 향상이나 여성활력을 살린 경제성장 등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