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반성 없는 추도사’ 일본 내부서도 역풍

서의동 2013. 8. 16. 18:35

ㆍ언론·야당 “용인할 수 없다” 지적

ㆍ“총리, 추도사 기획부터 주도” 보도에 야스쿠니 분사 등 대안모색 제안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8·15 추도사’에서 과거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 사실과 그에 대한 반성을 생략한 데 대해 일본 안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각료 3명과 100여명의 국회의원이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집단 참배해 한국, 중국의 반발을 산 것과 관련해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사히신문은 16일 해설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8·15 추도사를 ‘아베색’이 진하게 밴 것이자 일본 내부에 주안점을 둔 메시지였으나 국제사회를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사설을 통해 추도사에서 생략된 내용들이 1995년 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겹치는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또 “역사에서 눈을 떼지 않고 타국의 고통에 상상력을 가동하는 태도가 현재의 일본 정치에 요구된다”고 했다. 도쿄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제까지 역대 정권이 유지해온 ‘역사인식’을 바꾸려는 자세를 분명히 했다”며 주변국들의 불신감이 더욱 강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오하타 아키히로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역대 총리들이 강조해온 메시지를 왜 생략했는지 진의를 설명해야 한다”는 담화를 발표했고, 일본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총리와 각료들의 행동은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입장에 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15일 추도사 작성은 아베 총리가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백지에서 처음부터 만들고 싶다”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열리는 행사인지 근본적으로 재고해달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이런 아베 총리의 의향에 따라 “전몰자 영령에 호소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고 총리 주변 인사들이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와 관련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에서 “천황(일왕)과 총리가 조용히 참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A급 전범의 합사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한번 분사의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도 결코 낭비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부정된 과거의 가치관을 현재에 반영함으로써 혼란이 일 때 역사인식 문제가 생긴다”며 “정치 지도자의 시선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야스쿠니 분사 문제 등을 “조사·검증·제언할 수 있는 전문가회의를 만들고, 거기서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는 총리가 참배를 미룰 것”을 제안했다. 

도쿄신문도 “전몰자를 소음 속에서가 아니라 조용하게 추도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라며 A급 전범 분사와 국립 추도시설 건립 등을 재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