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이란 말이 있듯, 이 영화는 소재 갖고 절반이상 먹었을 뿐 아니라 영화를 볼 준비가 돼 있는 관객층이 상당히 두터웠던 점을 잘 활용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그 비극사를 떠올리며 충분히 감동할 준비가 돼있던 30~40대 관객은 물론 옛날엔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하고 영화를 보며 비로소 사실을 접하게 된 나이어린 관객들까지요. 몰랐던 관객들은 더욱 쇼킹하게 받아들이고 분노로 치를 떨며 영화를 볼 테고, 쉬쉬하던 이야기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나이든 관객들은 '어쨌거나 봐야겠다' 싶었을 테고.
근데 영화는 진짜 별로였습니다. 말죽거리나 요즘 나온 한국영화의 짜임새를 절반도 못 따라간 느낌 아닌가 싶네요. 억지로 감동을 유도하는 신파조의 장면들도 적지 않고 상황전개가 너무나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거기다 적기가는 또 왜 집어넣었는지, 당시 특수부대가 북한군 복장,무 기로 훈련하면서 북한노래도 훈련 삼아 부르곤 했다는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또 적기가를 넣으려면 차라리 가사를 원곡대로 하든지.(첫 소절이 '인민의 기, 붉은 기는~으로 시작하는데 영화에선 '인민'을 '민중'으로 바꿨더군요) 애국가는 왜 안익태 곡으로 안 부르고 해방 전 식으로 외국 곡조에 가사 붙여서 부르는지도.
인상적인 대사도 별로 없고...
영화적 구성의 단점을 덮을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와 시류(이제는 말할 수 있다 분위기)의 덕을 톡톡히 본 느낌입니다.
영화에서 설경구의 라이벌로 나오는 상필인가 하는 친구가 눈에 띠더군요. 허준호의 연기도 비교적 괜찮았고 설경구는 물론 주요배역이었지만 자기의 역량이 한껏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설정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안성기는 미스캐스팅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극한 상황의 긴장감을 오히려 다소 이완시키는 느낌이었달까요?
관객 1000만 명이 머지 않았다는 소식에 왕따 안 당할려고 나중에 봐서 그런지 이 사건을 원래 알고 있어서인지 아무튼 총평을 하자면 그저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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