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거 본거

'말죽거리 잔혹사' 봤습니다

서의동 2004. 1. 25. 22:45

1978년도에 중1이었고 영화처럼 고1때까지 교복입고 머리 짧게 깎고 다녔던 세대입니다. 영화에 추억을 알려주는 여러 가지 소품들 예를 들면 한가인이 끼던 흰색 모노이어폰이라든지 빨간책이라 부르던 도색잡지들, 진추하의 노래들을 접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 영화에 나오는 여러 가지 장면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더군요.





무엇보다도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한동안 잊고 살았던 그 당시 추억들을 잠시나마 떠올리게 해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특히 권상우가 연기한 현수의 캐릭터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전학생이고 원래 조금 수줍어하는 성격. 그렇지만 학교와 세상이 자신에게 결코 협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점차 체감하고 유일한 희망이었던 한가인과의 사랑마저 종치게 되자 절권도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이 꽤 흥미진진했습니다. 권상우의 말투와 눈빛, 꾸부정한(비에 젖은 한가인에게 손수건을 건넬때) 어깨가 그런 성격과 조화를 이루더군요.


그 시절이 그렇게 폭력적이었냐고, 너무 과장됐다고 하실분들도 있겠지만 그땐 정말 그랬습니다. 당시 교련교관들은 군복입고 군화신고 근무했었고 지휘봉 들고 다니면서 애들 패고 그랬죠.


권상우의 담임선생으로 나온 그 분도 정말 어디서 딱 그런 사람 구해놨나 싶을 정도로 딱이더군요. 지금 중고교엔 선도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시 선도부는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그들 자체가 불량기가 있는 놈들이지만 선생들이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 그들에게 부여한 약간의 권력을 주저없이 휘두르던 놈들이었습니다. 마름같은 놈들이었다고 해야할까요. 실제로 동급생애들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짤짤이하다 1년꿇은 애한테 돈 잃은 장군의 아들이 교련교관에 가서 꼬아박자 교관이 불러 돈뺏고 뚜드려 패고, 맞은 놈이 수업시간에 볼펜으로 장군의 아들내미 머리를 찍고...그 장면도 인상깊습니다.


어쨌든 참 재밌는 영화였고 옛 시절로 잠시 돌아간 듯한 행복감을 즐길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옛 시절이 아무리 괴로워도 추억은 언제나 그리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