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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동아시아에 공동의 집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서의동 2008. 7. 23. 18:56


우석훈씨의 책은 저자가 즐겨쓰듯 명랑하게 읽힌다. 무엇보다 경제학이라는 선입견이 갖는 지끈지끈함을 떨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가볍게 읽힌다고 해서 메시지마저 가벼이 넘길수는 없다. 개인적으론 ‘제국주의’라고 하는 낱말이 우리와 동떨어진 미국이나 일본에게만 붙을 수 있는 접미어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다시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대학(참고로 나는 84학번) 1학년때 써클에서 여름합숙을 할 때 당시 우리를 지도하던 3학년 선배가 한국의 ‘쁘티 제국주의’ 가능성을 언급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대학내에선 한국사회를 식민지 반봉건, 혹은 신식국독자라는 다소 생경한 단어로 규정하곤 했을 때인데 수출지향적인 우리 경제구조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우리도 아류 제국주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해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한국경제 전반의 구조는 만주라는 새로운 식민지가 필요하던 1930년대 일본상황과 많이 닮아있다. 일본에 체류할 때 본 드라마(백년의 이야기인가 제목이 그랬다)를 보면 한 서민가정의 여성이 결혼을 해 만주에서 살다가 귀국하면서 겪는 고초를 그린 거였는데 당시 만주에 대한 환상(마치 아메리칸 드림과 닮아있다)이 서민대중들에게 얼마나 컸는지가 자세히 묘사돼 있다. 만주에 대한 꿈은 당시 일본군부들만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기억과 저자가 묘사한 황우석 줄기세포에 대한 일반인들의 열광은 닮은데가 많다. 


 저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한중일이 편히 쉴 수 있는 공동의 집을 짓자는 것 아닐까. 이르런 이야기는 국내에선 생경하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세를 키워가고 있는 주장이다. 도쿄대 강상중 교수가 이런 논자의 대표격이다. 


  저자의 번뜩이는 생각줄기를 따라가는 것은 큰 즐거움이었지만 책을 덮고나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저자의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까 하는 절망감 때문이다. 철저하게 미국식을 닮아가려는, 조금이라도 다른 길에 눈길을 주지않으려는 ‘외눈박이’들이 권부에 앉아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저자는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현실화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