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MB노믹스’와 닮은 꼴이다. 고환율(엔저)을 유도해 수출 대기업을 지원하고 건설투자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방식은 다를게 없고, 그 부작용으로 서민들의 생계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아베가 가리키는 방향 혹은 MB시대의 한국과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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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막을 내린 NHK 아침드라마 <아마짱>은 일본의 ‘속살’이 한국 사회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준다. 도쿄의 여고생인 아키는 여름방학에 어머니의 고향인 도호쿠(東北) 이와테(岩手)현의 작은 어촌마을에 잠시 놀러 왔다가 아예 눌러앉게 된다. 도쿄의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받으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던 아키는 인심 넉넉한 어촌의 커뮤니티에 편입되면서 어둡던 성격이 확 바뀐다.
아키의 어머니는 가업인 해녀(아마) 대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80년대 중반 고향을 등지고 상경했다가 좌절했지만, 아키는 스스로 외할머니의 뒤를 이어 해녀가 된다. 아키는 이 곳에서 지역 아이돌로 활동하다 도쿄로 잠시 되돌아가 걸그룹에 편입된 뒤 영화의 주연을 맡기도 하지만 3·11 동일본대지진이 터지자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드라마가 끝나 낙이 없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로 붐을 일으킨 아마짱의 영향으로 촬영지인 이와테현 구지(久慈)시에는 관광객이 넘치고 해녀를 자원하는 젊은 여성들도 등장하고 있다. 도호쿠 지방의 투박한 사투리는 올해 일본의 최대 유행어가 됐다.
천재작가 구도 칸쿠로(宮藤官九郞) 각본의 <아마짱>은 ‘지모토시코(地元志向)’로 불리는 지방지향성을 강하게 띠고 있다. 도쿄에서 한창 인기가 불붙기 시작할 무렵 귀향한 아키는 “아직 한창이니 도쿄로 돌아가자”는 연예기획사의 제안을 거절한 채 지역에서 해녀 겸 지역 아이돌 생활을 잇기로 한다. 고도성장기인 80년대 대도시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고향을 등진 어머니와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이돌그룹은‘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제목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학교와 학원을 시계추처럼 왕복하는 한국 고교생과 달리 주인공은 학교를 마치면 해녀복으로 갈아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성게를 캐고, 때로는 친구와 듀엣으로 공연 연습을 한다. 대학에 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서울 일극주의’에 ‘좋은 대학’이 인생을 가르는 한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비현실적인 전개이지만 어쨌거나 매일 15분씩 6개월간 방영된 아마짱은 일본 사회를 열광시키고 원기를 불어넣었다.
아베노믹스는 효율성과 경제력, 대기업과 도쿄를 중시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막대한 돈이 도쿄의 인프라 정비에 쏟아부어질 예정이고, 신간센으로 1시간30분 걸리는 도쿄-나고야(名古屋) 간을 40분으로 단축하는 새로운 철도건설도 추진된다. 단축된 시간에 비례해 돈과 사람이 도쿄로 빨려들 것이라는 걱정들도 나온다.
하지만 아마짱에 대한 열광에서 보듯 일본인들은 아베노믹스의 잣대로 재기 어려운 지역과 고향의 가치를 중시해왔고 이는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일본에서 지역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정류장이 아니라 경제·사회적으로 독자성을 갖춘 삶의 공간이다. 같은 성적이면 도쿄 대신 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유학비용 부담도 있지만 ‘지역에서의 삶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본과는 역사적 배경과 지리적 규모·인구가 다르고, 갈수록 ‘도시국가’화 돼가는 한국에서 <아마짱>과 같은 드라마는 만들어질 수 없을지 모른다. 아마짱의 ‘귀거래사(歸去來)’는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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