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아사히·요미우리, 나란히 '야스쿠니 대체시설' 필요성 제기

서의동 2013. 10. 21. 20:00

동아시아 외교마찰의 불씨가 돼온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문제에 대해 일본의 보수·진보 언론들이 나란히 대체 추도시설을 마련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19일 진보성향의 아사히신문이 사설을 통해 새로운 전몰자 추도방식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기한 데 이어 일본 내 발행부수 1위인 보수지 요미우리신문도 21일 사설에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요미우리의 문제제기는 야스쿠니 참배에 따른 외교마찰을 경고해온 미국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는 ‘빗나간 중·한의 대일 비판’이라는 제목의 21일자 사설 말미에 “전몰자의 위령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는 일본 국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으며 전쟁 지도자에 대한 비판도 뿌리 깊다”며 “누구든 거리낌없이 전몰자를 추도할 수 있는 국립시설의 건립에 대해 논의를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또 지난 3일 미·일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2+2)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비종교적인 국립 추도시설인 치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방문한 것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보수지이면서 미국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일본사회에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대체시설 논의를 촉구하는 사설을 실은 것은 중국·한국과의 외교마찰을 우려하는 미국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동아시아 갈등의 불씨가 돼온 일본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참배에 우려를 나타내왔다. 직접적으로는 지난 3일 케리 및 헤이글 장관이 미국 각료로서는 처음으로 치도라가후치 전몰자 묘원을 참배함으로써 일본 정치권에 ‘무언의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17~20일의 추계 예대제에 참배를 보류한 것도 미국이 여러 경로로 신사 참배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대체 추도시설로 거론되는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납골당 및 묘지공원으로, 1959년에 건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국외에서 사망한 일본군인과 일반인 가운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골 35만5000구가 안치돼 있다.  

 

하지만 일본 내 강경 보수세력들은 아베 총리의 직접 참배를 촉구(산케이신문 19일자 사설)하고 있고, 아베 총리도 참배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어 대체시설 논의가 본격화할지는 불투명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21일 아베 총리가 올해 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지에 대해 “총리 자신이 대국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아베 총리가 그동안 1차 아베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을 ‘통한의 극치’라고 말해온 점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