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 문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오는 2~4일 일본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합의문서의 형태로 이런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지난 30일 보도했다.
양국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치가 ‘예상하지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고, 동중국해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고 비판하고,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을 문서에 담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양국이 공동문서를 통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해양진출을 의식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일본이 공동 경계감시 활동을 벌인다는 방침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또 양국은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설치 등을 미국이 환영한다는 내용도 공동문서에 담기로 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일본이 군대와 전쟁을 부정한 자국 헌법을 지키면서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말한다.
요미우리는 합의문이 “미국과 일본이 긴밀한 연대, 의연한 태도를 문서에 반영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합의문에는 이밖에도 미군 기지에 대한 오키나와 현의 부담 경감 방안, 필리핀 태풍 피해 등과 같은 아시아 지역 재해 시 미국과 일본의 공동대처, 공적개발원조(ODA) 분야의 협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열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를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일본 외무성이 밝혔다. 일본은 방공식별구역을 지나는 항공기의 운항 계획을 사전에 제출토록 한 중국의 요구가 ‘국제민간항공 질서와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차기 이사회의 정식 의제로 취급하자고 요구했다.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함으로써 표면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일본이다. 중국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해역뿐 아니라 공중에서조차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방공구역은 센카쿠 열도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것은 물론 규슈(九州) 섬 부근까지에 걸쳐 있는 등 일본이 설정한 방공구역과 광범위하게 겹친다. 더구나 동맹국인 미국이 민간항공기 운행의 안전성을 중시해 중국 정부에 사전 비행계획을 제출할 것을 권고하는 등 중국의 조치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도 일본 정부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방침을 시작으로 ‘힘을 앞세워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조치를 국제사회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경우 가장 강경태도를 보여온 일본이 거꾸로 고립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마이니치 신문은 1일 미국의 방침이 ‘지붕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는 격’이라는 정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의 당혹감을 전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국제사회에 중국 조치의 부당성을 호소하는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열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이사회에서 일본이 중국의 조치가 국제민간항공 질서와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며 의제화할 것을 요구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보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국 위협을 명분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과 군사력 증강, 미·일 군사동맹 강화의 명분을 대내외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2일부터 일본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으로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일본판 NSC) 설치 등을 미국이 환영한다는 내용을 공동문서에 담기로 한 것은 미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아베 정권의 군사·안보 정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대중국 대응을 위해 신형 무기도 속속 투입되는 등 군사력 증강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1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해 센카쿠가 있는 남서지역의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이제까지보다 넓은 범위의 상공을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신형 조기 경보기를 도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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