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전 총리들 “일본을 바꾸자” 탈원전·반아베 연대 출항

서의동 2014. 1. 14. 20:59

ㆍ호소카와 “도쿄도지사 출마”… 고이즈미 “적극 돕겠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75) 전 총리와 14일 회동을 갖고 선거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탈원전’을 기치로 한 두 전직 총리의 연대가 성사됐다. 이로써 다음달 9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는 지방선거 차원을 넘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독주하는 정국 구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호소카와 전 총리는 14일 도쿄시내 호텔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와 약 50분간 회동한 뒤 함께 기자들과 만나 “도쿄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하기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여러 문제, 특히 원전에 대해서는 나라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탈원전’을 기치로 세울 것임을 강조했다. 

일본 도쿄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왼쪽)와 그를 지원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14일 도쿄시내 호텔에서 회동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 | AFP연합뉴스


고이즈미 전 총리도 “호소카와 전 총리에게 마음으로부터 경의를 표하고, 당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지원을 약속했다. 고이즈미는 “도쿄가 원전 없이 해나갈 수 있다는 걸 보이면 반드시 일본을 바꿀 수 있다”면서 “이 싸움은 원전 제로(zero)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룹과, 원전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는 그룹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번 선거만큼 국정에 영향을 미칠 선거가 없고, 호소카와 전 총리가 당선될 경우 국정을 흔드는 큰 영향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로 아베 정권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은퇴 뒤에도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가 ‘반(反)아베’ 전선에 뛰어들자 아베 정권은 바짝 긴장했다. 모잠비크를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12일 “에너지 정책은 도쿄도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9일 “2020년 도쿄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도민은 국제행사 수완이 확실한 인사를 바라는 것이 아니겠냐”며 견제했다.

호소카와는 1993년 8월~1994년 4월 총리를 지냈다.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일본이 일으킨 과거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