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타이완이라는 나라

서의동 2004. 7. 17. 19:13
한국에 있을 땐 아직도 있나 싶었던 나란데 일본와서 매일 그 나라애들과 부딪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됐다. 이곳 게이오 별과에도 타이완 학생들이 꽤나 많다. 우리반 19명에 5명이나 되니.  

이 친구들 다정한 편이다. 특별히 낯을 가리는 것도 없고,늘 표정들이 밝다. 늘 먹을 걸 들고와서 나눠 주거나 하는데 그냥 자연스럽다. 다른글에서도 소개했는데 이 친구들 밥먹는데 시간 꽤나 걸린다. 먹으면서 떠드느라 삼각김밥하나 먹는데 30분씩 걸린다. 여기는 1교시가 90분씩이고 점심시간은 45분밖에 안돼 오후수업들어가려면 학생식당에서 먹어도 시간이 빠듯한데 이 친구들과 밥먹다보면 지각하기 일쑤다.

타이완애들은 일본을 무척 동경한다. 한 애는 일본에 와서 살아보면서 가끔씩 일본인들에 대해 존경심을 느낄때가 있다고 그러더군. 자기 부모님들도 일본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면 나쁜 이야기는 거의 하신적이 없다고. 그래서 그런지 이 친구들 노래방 같은데 가면 일본노래를 거의 줄줄이 왼다. 한국보다 일찍 문화개방이 돼 기무라타쿠야 등 대중문화스타에 대해 빠삭하다.

1895년에 일본식민지가 됐으니 우리보다 50여년 더 식민지경험을 했고, 종군위안부 문제 등 식민이 남긴 상흔도 우리와 엇비슷하게 갖고 있는데 왜 그럴까. 이유가 궁금했는데 스피치시간에 걔네들 발표를 듣고 그제서야 이해가 조금 갔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타이완이란 곳은 중국대륙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변방의 조그만 섬에 불과한 곳이다. 어차피 역대로 중국 정부가 이곳을 중요시여겨본 적이 단 한번도 없는 소외지역이기 때문에 타이완 현지주민입장에서 보자면 중국에 속해있건 일본식민지가 되건 그리 크게 억울할게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본래 소외되고 낙후된 곳이었다가 일제가 상수도니 전기니 하는 인프라를 깔아줬던게 해방후 경제발전의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반 애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들은 여지껏 일제 식민지배에 대해 별로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며 머 그런가보다 했는데 한가지 설명을 더 들으며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졌다.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게 패해 타이완에 내려온 장개석의 국민당 세력이 수십년에 걸쳐 폭압적인 독재를 했던 탓이다. 일제때보다 훨씬 가혹하게 원주민들을 수탈하고 억압했던 탓에 저절로 비교가 됐던 것이다. 장개석의 국민당 세력이 타이완에 오자마자 현지 출신 엘리트들을 색출,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죽였다는 것이다.(영화 비정성시가 이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타이완의 인구구성은 독특해서 1949년(중공의 성립)이전부터 살고 있던 주민들(내성인(內省人)이라고 부름)이 80%쯤 되고 15%가량이 49년이후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외성인)이다. 장개석으로 대표되는 이 15%쯤 되는 세력들이 수십년간 타이완을 지배해왔던 것이다.(나머지 3~4%쯤 되는 사람들은 고산족으로 불리는 원주민들임) 세월이 흘러 이들간의 반목도 대체로 잦아들었지만 선거때만 되면 어김없이 재연된다고 한다. 최근 올해 총통선거가 그토록 시끄러웠던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깔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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