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아베 정부, '교육위원회'도 손 본다

서의동 2014. 1. 29. 18:05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교과서에 이어 교육위원회 제도에도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교육행정에 개입할 권한을 키우는 방향이어서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정착돼온 교육행정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9일 국회에서 “책임 소재가 모호한 현행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이라며 교육위원회 제도 개편의사를 드러냈다. 앞서 집권 자민당은 전날 교육위원회 제도의 존재 방식을 논의하는 소위원회를 열어 지자체 교육행정의 실질적인 수장인 교육장을 자치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금도 자치단체장이 예산편성과 교육위원 임명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실무는 교육위원회가 선출하는 교육장이 실무를 담당함에 따라 자치단체장의 의향에 좌우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비교적 유지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자치단체장이 교육행정의 대강을 정하고, 단체장이 임면권을 가진 교육장이 일상 업무를 집행하는 구조로 바뀐다. 이렇게 될 경우 교과서 채택이나 교원 인사, 교육 내용 등에 자치단체장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자민당은 다음달 4일부터 지방교육행정법이나 지방자치법 등의 개정에 관해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협의하고, 이르면 3월에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교육위원이 비상근인 만큼 학교폭력이나 ‘이지메’ 사태 등에 대응이 늦거나 책임소재가 모호하다는 비판을 명분으로 세우고 있지만, 교육현장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직원 노조를 배제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을 비교적 유지해온 교육위원회의 역할이 축소되고 정치가 교육행정을 주도하게 되는 등 1948년부터 이어져온 교육위원회 제도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현재 선택과목으로 돼 있는 ‘고교 일본사’의 필수 과목화에 대해 “일본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 일본의 역사, 문화에 대한 교양 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