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다케시마의 날’ 하루 앞둔 시마네현 주민들 “한국 관광객 끊길라” 떨떠름

서의동 2014. 2. 21. 23:00

ㆍ정치권·우익들만의 잔치로… 한국 시민단체, 조례무효 확인 소송


21일 오전 11시쯤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현청이 있는 마쓰에(松江)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호리카와(掘川)운하 선착장. 시를 둘러싼 거대 호수와 시내를 잇는 운하가 명물로 ‘물의 도시’로 불리는 이곳에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지붕을 이은 작은 목선을 타고 운하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선착장 직원들이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외치자 관광객들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 2번째로 치러지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를 하루 앞둔 마쓰에 시내는 이렇다 할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의 관문인 이즈모(出雲)공항과 마쓰에 역 광장 앞에는 ‘돌아오라 다케시마, 섬과 바다’라고 쓰인 큼지막한 홍보탑이 서 있을 뿐 다음날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호텔에 배치된 지역신문인 ‘산요주오신포(山陽中央新報)’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해온 시모조 마사오(下條正男) 다쿠쇼쿠(拓殖)대 교수의 인터뷰가 실린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하루 앞둔 21일 시마네현 마쓰에 시내에 있는 다케시마자료관에서 현지 주민들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행사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보였다. 농업과 어업 외에 이렇다 할 산업기반이 없는 대신 관광이 지역경제의 보탬이 되는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시마네현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을 찾은 외국인관광객 2만4619명 가운데 한국인은 5329명으로, 대만(6610명)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주말이면 한국 강원 동해시에서 출발하는 페리선을 타고 시마네현 인근 돗토리(鳥取)현 사카이미나토(境港)로 입국한 한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선착장 부근 안내판에는 일본어와 영어 외에 한국어만 표기가 돼 있을 정도다. 

호리카와(掘川)운하 선착장의 60대 직원도 “일상생활에서 다케시마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이니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내 호텔의 40대 직원은 “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위해 내방하는 이들이 많아져 지역경제에 보탬은 되겠지만, 행사를 치른다고 섬이 반환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인과 우익단체들 정도만이 열을 올리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반응이다.

시마네현이 행사장 부근에 설치한 다케시마자료실에는 내방객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는 정도였다. 시마네현이 만든 홍보영상을 보던 70대 주민은 “한·일 양국이 꾸준하게 대화를 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다케시마의 날’ 기념식에는 22일 중앙정부를 대표해 가메오카 요시타미(龜岡偉民) 내각부 정무관(차관급)과 국회의원 등 500명이 참석한다. 외교부는 아베 정권이 정부인사를 파견하는 것에 경고했지만 일본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어 한·일관계는 또다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독도수호전국연대, 독도수호대 등 한국 시민단체도 입국했으며, ‘독도 일본에 알리기 운동연대(독도련)’는 이날 마쓰에 지방재판소에 ‘다케시마의 날’ 조례무효 확인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