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총리는 개헌, 왕실은 호헌  

서의동 2014. 2. 23. 18:45

‘총리는 개헌, 왕실은 호헌’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헌법개정에 열을 올리는 반면 왕실은 평화헌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3일 일본언론에 따르면 이날 54세 생일을 맞은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는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헌법을 기초로 삼아 쌓아 올려졌고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헌법을 지키는 입장에 서서 필요한 조언을 얻으면서 일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왕실의 활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밝혀달라는 질의에 “일본 헌법에는 ‘천황(일왕)은 헌법에 정해진 국사에 관한 행위만 하며 국정에 관여할 권능을 지니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다. 국정에 관여하지 못하게 한 헌법 규정을 준수하면서 자신의 몫을 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아키히토(明仁) 일왕도 지난해 팔순 생일(12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사회의 토대로서 헌법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전후 연합군의 점령하에 있던 일본이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중한 것으로 삼아 일본국 헌법을 만들고 여러 가지 개혁을 실시해 오늘의 일본을 일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왕실의 ‘호헌’ 태도는 아베 총리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헌법해석을 바꾸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현행헌법에 대해 “제정과정에서 보면 진주군(점령군)이 만들었다”며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