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지분 부적절 거래”

서의동 2009. 8. 10. 10:24
ㆍ경제개혁연대 “우량회사가 비우량회사 주식 비싼 값에 매입”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총수 일가가 유동성 위기를 겪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부적절한’ 지분거래로 자금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총수 일가의 자금확보를 위해 자금사정이 풍부한 계열사가 자금 흐름이 나쁜 계열사의 사업부문을 과다하게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9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인 대한통운은 지난해 12월 금호렌터카에 3073억원을 주고 렌터카 사업부문을 사들였다. 당시 대한통운은 렌터카 사업부문의 가치를 6007억원으로 평가했고, 차입금과 비영업용 자산 등을 제외한 뒤 인수가격을 산출했다. 대한통운은 당시 작성한 ‘영업양수도 신고서’를 통해 렌터카 사업이 2013년에 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렌터카 보유대수 증가율을 0%로 가정해 자본지출이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사업의 성장이 멈추면 렌터카 구매를 위한 자본지출이 필요하지 않아 보유현금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매각가격도 높아지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렌터카 사업부문을 인수할 당시 최신 자료가 아닌 전년도 자료에 근거해 사업가치를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한통운이 렌터카 사업부문을 인수한 지난해 9월에는 ‘카렌털 비즈니스’의 2008년판 자료가 이미 출간(2008년 4월)돼 있었는데도 2007년판 자료를 썼다”며 “내수산업인 렌터카 사업을 평가하면서 전세계 시장의 성장률을 평가근거로 삼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가 2013년의 자본지출 규모를 2012년과 동일하다고 가정해 추산한 결과 매각가격은 대한통운의 산출액(6007억원)보다 절반 이상 낮은 2567억원으로 추계됐다.

금호렌터카는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1월6일 금호아시아나 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 중이던 금호개발상사 주식 22만5000주를 주당 6만6140원에 매입했다.

이에 따라 비교적 유동성이 풍부한 대한통운이 금호개발상사 지분을 매입하는 바람에 자금사정이 악화된 금호렌터카의 렌터카 사업부문을 비싼 가격에 매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호렌터카는 렌터카 사업부문 매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개발상사도 지난해 178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빌리는 등 자금사정이 나빠졌는데도 올해 7월 총수 일가의 지분 매입에 나섰고, 이를 위해 올해 7월10일 아시아나공항개발로부터 30억원을 차입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 자금난을 겪으면서도 총수 일가가 문제성 주식거래를 통해 자금확보에 나선 정황이 적지 않다”며 “만약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해당 계열사 이사들이 총수 일가 지분 매입 결정을 내렸다면 이는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법적·제도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으며, (총수 일가) 지분 매입도 회계법인 조언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