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말들이 많았던 소설인데 뒤늦게 보게 됐다. 언젠가 비행기안에서 영화를 비몽사몽식으로 보게 됐는데 알비노(백색증 환자)인
사일래스의 연기가 너무 강렬해서 제대로 보고프다는 생각이었다. 허나 세월이 흘러 흘러 못보고 있다가 딸내미 학교에 책반납하러 갔다가 있는 김에 빌렸다. 주말내내 시간가는줄 모르고 탐독했다.일단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잔뜩 나와 있는게 맘에 들었다. 생각의 줄기가 이런곳으로도 뻗게 되는구나 하는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템플기사단, 오푸스데이, 시온수도회 등등 비밀스런 조직들의 존재도 첨 알게 됐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교성(그를 더 매혹적으로 잡아끄는)을 접하게 된 것도 재미였다. 결론부가 좀 실망스러운 점은 있지만 어차피 이 정도이상 끌고 나간다면 감당못할 환타지가 돼 버릴 우려가 있다.
작가 댄 브라운이 소설에 배치한 각종 역사적 장치들의 진위여부는 제쳐두고 그의 논지는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가 로마시대에 공인된 이래 여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서 권위를 유지해왔다는 점, 마치 시신에서 내장을 빼내 박제로 만들듯, 예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감추려 했다는 점, 인간구원의 종교를 표방하면서 종교적 권위를 지키기 위해 수백만을 이단으로 몰아 살육을 서슴지 않았던 이율배반 등에 대해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은 공감할 수 있다.
중세에 한 여인이 마녀로 몰려 화형당하던 영화의 장면이나 <장미의 이름>에서 수도승들의 성매매 장면, 살육과 강간, 약탈로 점철된 십자군 전쟁의 추악함 등등이 이 소설을 읽으며 무수히 떠올랐다.(내친 김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도 읽어봐야지)
참고로 댄 브라운이 레이티빙 경을 통해 전하는 이 책의 주요내용을 옮겨놓는다.
"초기 교회의 남자들에게 그들앞에 놓인 마리아 막달레나는 모든 것을 파괴할 위험이 잠재된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예수가 교회를 세우라는 과업을 여자인 그녀에게 맡겼을 뿐 아니라 교회가 내세우는 예수라는 신이 사실은 인간의 혈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그녀였으니까. 막달레나의 힘에 대항하여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교회는 그녀의 이미지를 창녀로 만들고, 그녀와 예수가 결혼한 증거를 묻어버리려 했어. 그래서 훗날에 그리스도에게 자기 혈통이 있고, 그리스도는 한사람의 예언자일 뿐이었다는 주장이 나오지 못하도록 뿌리를 뽑아버리려고 한 거야"(2권 28쪽)
"교회는 혈통에 대한 공식적인 지식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어요. 예수의 아이는 그리스도가 가진 신성이라는 중요한 개념을 손상시키는 존재지. 그래서 기독교 교회는 인간이 신에게 접근할 수 있고, 천국으로 가는 문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자기들이라고 선언하거야"(같은 쪽)
"교회가 그녀의 이름을 금지했기 때문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많은 가명으로 은밀하게 불렸어. 예를 들어 잔, 성배, 장미.(중략) 시온수도회에 따르면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당할 당시 마리아 막달레나는 임신중이었다고 해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리스도 아이의 안전을 위해 그녀는 성지에서 도망칠 수 밖에 없었지. 예수의 신실한 삼촌인 아리마테아의 요셉의 도움을 받아 막달레나는 프랑스로 은밀히 몸을 숨겼어. 그 당시엔 갈리아라고 불리던 곳이었지. 그녀는 프랑스에 있는 유대인 공동체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았어. 그녀가 딸을 낳은 것도 여기 프랑스였어요."(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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