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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스타 CEO의 몰락

서의동 2019. 8. 4. 22:31

2018.11.20  

일본 닛산(日産)자동차 회장 카를로스 곤(64)은 성장 과정부터 ‘다국적’이었다. 레바논계 부모 밑에서 태어나 브라질과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프랑스로 건너가 공학계 그랑제콜인 파리국립고등광업학교를 졸업했다. 프랑스 기업 미슐랭에 입사해 18년간 근무한 뒤 르노자동차로 스카우트됐다.

 

곤은 1999년 닛산자동차와 르노의 자본제휴 체결 후 닛산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파견됐다. 당시 닛산은 부채가 2조엔(20조원)에 달했고, 46개 차종에서 단 3개만 수익을 낼 정도로 빈사상태였다. 곤은 전체 종업원의 14%에 달하는 2만1000명을 구조조정했다. 일부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자회사를 통폐합하는 한편, 과잉자산을 매각했다. 주요 부품을 르노와 공통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했다. 일본식 기업문화에 구애받지 않는 경영방식이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2조엔의 부채를 4년 만에 갚았고, 영업이익률을 1.4%에서 11.1%(2003년)로 끌어올렸다.

 

닛산을 부활시킨 공로로 곤은 일본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일대기가 만화잡지에 연재되는가 하면 TV에도 빈번히 등장했다. 레바논·브라질·프랑스의 3중 국적소지에 5개 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CEO의 등장은 폐쇄적인 일본 기업문화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곤이 지난 1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격체포돼 일본은 물론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닛산과 르노의 주가는 동반 급락했다. 곤은 유가증권 보고서에 자신의 보수를 축소 기재했다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회삿돈 사적유용 혐의에 더 주목한다. 전 부인과와의 이혼소송 비용과 뉴욕 개인사무실 비용을 회사가 대납하도록 했다는 설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르노와의 제휴에서 벗어나려는 닛산의 내부세력이 이사회 의결권을 장악하기 위해 묵은 비리를 검찰에 제보한, ‘사내 쿠데타’로 보고 있다.

 

경위야 어찌됐건 19년의 장기집권이 화를 부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의 몰락은 무보수로 적자투성이 일본항공(JAL)의 회장을 맡아 3년 만에 회생시킨 뒤 미련 없이 떠난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86·교세라 명예회장)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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