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2010년 세계경제 리뷰

서의동 2010. 12. 30. 23:40

중국 상하이 야경. 출처 = k.daum.net

중국 상하이 야경. 출처 = k.daum.net
2010년은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가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넘어가는 양상이 뚜렷한 해였다. 연초 그리스를 시작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휩쓸면서 유럽은 깊은 침체속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미국도 성장률 지표는 전년보다는 개선됐지만 달러를 풀어 경기를 떠받쳐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반면 중국은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브라질·인도·러시아 등 브릭스(BRICs)와 아시아 국가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스페인)으로 확산되면서 그리스(5월)와 아일랜드(11월)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각각 1100억 유로와 8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유럽 재정위기는 경쟁력 편차가 큰 유로존 국가들이 단일통화제도로 묶여 각국 여건에 맞는 통화정책을 펼 수 없는 반면 독자적 재정정책은 허용되면서 불균형이 심화되는 유럽연합(EU) 통화시스템의 모순을 드러냈다. 지난 16~17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27개국 정상회담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 자본금을 50억 유로에서 107억 유로로 확충하는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4위의 경제대국인 스페인도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위기가 내년에도 ‘현재진행형’이 될 가능성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각국 정부가 재정불안 해소를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유럽 전체 실업률은 두 자릿수(10.1%)를 넘어섰고, 사회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도 상황이 엇비슷하다. 지난해 4·4분기 5%에 이어 1·4분기 3.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회복 기운이 무르익는 듯 했지만 2·4분기(1.7%)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더블딥(이중침체)’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부양책을 마무리하고 통화긴축 등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잃었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600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하는 2차 양적완화 전략을 내놨다. 

‘고용없는 성장’이 본격화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20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일자리를 늘려줄 것을 호소했지만 인터넷 기업 야후가 전체 직원의 4%를 감원키로 하는 등 고용확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엔의 ‘2011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실업률은 내년 초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의 실업자. 출처=시사인


미국의 실업자. 출처=시사인
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도 9%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국내총생산(GDP)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로 올라섰고, 사상최대 규모의 상하이 엑스포를 열어 ‘대국굴기(大國掘起)’를 과시했다. 권역별 개발정책 추진과 임금인상 등으로 내수규모가 크게 불어나면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중국의 약진과 미국의 침체는 달러화를 기축으로 하는 국제통화체제에 균열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 보험, 펀드 등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고 아시아권에서는 위안화 결제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이 고조되던 지난 10월 원자바오 총리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이 세계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중국경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대만과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파워그룹의 지위를 굳혔다. 실물경제 호조가 이어지자 글로벌 자금이 동아시아로 몰려 주식·채권시장이 거품조짐을 보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정도다. 일본종합연구소는 내년 세계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와 서구의 경제성장 격차가 전례없이 벌어져 경제적 역학관계가 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브라질이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과 내수확대로 올해 성장률이 7.7%(잠정)에 달했고, 인도와 러시아도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브릭스를 필두로 신흥국의 경제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선진국과 신흥국이 이처럼 대조적인 경제행보를 보이면서 내년에는 환율절상 압력, 통상마찰 등이 격화되는 한편 원자재, 곡물 등의 인플레이션과 신흥국 자산거품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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