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식량파동 재연되나

서의동 2011. 1. 6. 02:15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올해 ‘식량가격 쇼크’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의 식품수요 증가와 러시아의 지난해 가뭄 등으로 지난해 12월 설탕과 육류, 곡물 등 식품가격이 2008년 식량가격 급등사태를 넘어섰고, 올해도 라니냐를 비롯한 기상이변의 여파로 밀과 옥수수 등의 작황이 크게 악화될 전망이다. 식량사정이 악화되면서 세계 각지에서 소요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FAO는 5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월별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55개 식품가격 변동추이를 분석해 산출한 세계 식품 가격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14.7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티와 이집트, 소말리아 등에서 곡물가격 급등으로  폭동사태가 빚어졌던 2008년 6월의 213.5를 웃도는 것이다.

특히 설탕과 옥수수, 육류의 가격 상승이 가장 두드러졌다. 설탕 가격은 3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지난달 398를 기록했고, 육류 가격지수는 지난해 11월 141에서 지난달 142로 올랐다.

전체 곡물 가격지수도 지난달 238로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어올랐고, 식용유 가격지수 역시 263으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식품 가격 인상에는 중국에서의 급격한 수요 증가와 지난해 여름 러시아의 심각한 가뭄에 따른 수확량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FAO는 밝혔다. 다만 2008년 당 1050달러(약 120만원)에 달했던 국제 쌀 거래가격은 최근 550달러(약 63만원)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밀 가격도 2008년 수준보다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식량수급 상황 역시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식량 전문가들은 라니냐 현상이 아르헨티나 가뭄과 호주 홍수, 미국 한파 등의 기상이변을 몰고 오면서 밀과 옥수수, 콩의 작황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닐 플러머 호주 기상학자는 올해 라니냐 현상이 최소 3개월 이상 더 지속될 것이라면서 “올해 라니냐는 1970년대 중반 이후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러시아가 지난해 취한 곡물 수출 금지조치를 올해 6월말까지로 연장하기로 한 것도 세계 식량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알제리 폭동/AP


식량가격 급등으로 일부 국가들에서는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는 식량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져 13명이 숨졌다. 인도에서도 지난해 12월, 닷새 사이 양파값이 두 배 이상 치솟는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옥수수 최대 생산국인 아르헨티나의 가뭄으로 지난해 말 토르티아 가격이 50%나 급등하면서 2007년 발생한 ‘토르티아 소요’의 재발이 우려되고 있다. 2007~2008년에는 식량 가격 급등으로 30여개 국가에서 폭동과 시위가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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