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국제평가척도(INES)가 규정하는 최악 수준인 7등급으로 상향조정됐다. 이는 1986년 옛 소련(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동급이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방사성물질 유출이 계속되고 있어 유출량이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넘어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체르노빌과 동급의 참사로 평가됨에 따라 국내 방사성물질 오염대책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관련기사 2면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대량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어 INES의 ‘심각한 사고’인 레벨 7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보안원과 위원회는 제1원전의 방사성물질 유출량이 37만~63만T㏃(테라베크렐, 1T㏃=1조㏃)로 520만T㏃이 유출된 체르노빌의 1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도쿄전력 원자력·입지본부 마쓰모토 슌이치 본부장대리는 “유출량이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이 이날 보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있는 여러 개의 원자로 및 폐연료봉 저장수조의 연료가 동시다발적으로 손상됐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사고등급 상향조정의 근거가 된 방사성물질 유출량의 대부분이 사고 직후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유출됐음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등급상향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날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배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팀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7등급으로 평가되면서 우리의 심리적 마지노선도 무너졌다”며 “정부가 더 이상 ‘괜찮다’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예상되는 오염 등에 긴급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전 30㎞밖 토양과 식물에서 요오드와 세슘보다 치명적인 스트론튬이 검출됐다. 문부과학성은 원전 30㎞밖 지역인 이다테무라 등 3개 토양에서 스트론튬89가 1㎏당 13∼260Bq(베크렐), 스트론튬90이 3.3∼32Bq 검출됐다고 밝혔다. 식물에서도 모토미야시 등 4개소에서 스트론튬89가 1㎏당 1∼61Bq, 스트론튬90이 1.8∼5.9Bq이 검출됐다. 스트론튬은 체내에 들어가면 뼈에 축적되기 쉬우며, 감마선보다 위험도가 높은 베타선을 방출해 뼈암과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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